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작가의 작품을 제법 하나하나 찾아 읽다보니 어느덧 작가의 단행본 가운데 70여 권의 작품들을 읽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읽지 못한 작품들이 제법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제야 작가의 데뷔작을 읽게 되었다. 오늘의 히가시노 게이고를 세상에 나오게 한 바로 그 작품, 방과 후를 말이다.

 

여고 수학교사이자 양궁부 지도교사인 마에시마는 언젠가부터 자신을 죽이려 하는 위협을 받곤 한다. 자신을 겨냥하여 떨어진 화분, 감전사고 등으로 인해 마에시마는 학교에서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함을 알게 되고 경계하는데, 그만 사고는 다른 곳에서 벌어지고 만다. 체육 동아리 활동을 하는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탈의실에서 같은 수학교사이자 학생지도주임인 무라하시가 청산가리가 든 주스를 마시고 죽고 만다. 그것도 밀실 안에서 말이다. 그래서 자살이 아닐까 싶지만, 경찰은 독살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한다.

 

마에시마 역시 자신 편에서 이 사건을 접근하며 풀어가려 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밀실의 비밀은 무엇일까? 스포를 살짝 하자면, 놀랍게도 이 사건에는 이중 밀실 트릭이 사용된다. 범인은 일부러 수사의 초점을 흐리기 위해 실제 밀실 트릭이 아닌 다른 밀실 트릭의 단서를 살짝 흘려 놓는다. 이를 통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데, 두 번째 사고가 일어나고 만다. 이번엔 학교축제 현장에서 가장무도회를 펼치던 중에 벌어지고 만다. 마에시마에게 이 사건은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피해자의 역할이 원래는 마에시마의 역할이었기 때문. 마지막에 충동적으로 마에시마와 피해 교사가 역할을 바꾼 것인데, 그렇다면 역시 누군가가 마에시마를 죽이려 하는 걸까? ?

 

마에시마는 이처럼 자신을 향해 옥죄어 오는 죽음의 손길을 파헤치게 된다. 과연 마에시마가 직면하게 될 진실은 무엇일까? 소설은 과연 범인이 누구일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몇몇 복선을 통해 의심 가는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는 것 역시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려 재미나게 만든다.

 

소설은 여고생들에게 목숨처럼 소중한 것들이 무엇일지를 묻는다. 어른들이 생각할 때는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도, 때론 타인의 목숨도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을 소설은 말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 역시 작가가 바라는 낭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니, 어쩜 작가가 이 작품을 내놓을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낭만이 살아 있던 시대는 아니었을까 하는 씁쓸함도 갖게 된다. 물론, 이런 일들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어느 방향이든 극단적 선택을 해선 안 되겠지만, 적어도 이런 낭만적 부분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자리할 삶의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가져본다.

 

평소 좋아하던 작가의 데뷔작을 읽었다는 묘한 배부름과 함께 여러 가지 트릭들이 곳곳에 숨겨 있는 작품을 읽은 즐거움이 있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작품은 묘한 매력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