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외전

잠중록 외전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어떤 오리무중의 사건일지라도 척척 풀어내는 천재소녀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의 가족들을 죽인 살인범으로 누명을 쓰고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던 황재하, 그리고 어떤 것도 한 번 보면 다 외워버리는 무결점의 기왕 전하 이서백, 여기에 시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철부지 도련님 주자진, 이들이 풀어나갔던 미스터리 소설 『잠중록』이 4권으로 끝난 줄 알았는데, 그 외전이 출간되어 반갑기 그지없다.

이제 모든 것을 해결하고 둘 간의 사랑을 확인한 황재하와 이서백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멀리 돈황으로 갔던 옛 약혼자 왕온이 살인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거안국의 주사 얼굴을 난도질하여 죽였다는 왕온은 놀랍게도 같은 시간에 자신의 부하 군사들을 죽였다는 혐의 역시 갖고 있다. 그리곤 사라져버린 왕온. 이에 황재하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먼 돈황으로 향하게 된다.

『잠중록 외전』은 우선 잠중록 시리즈에 비해 분량이 적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잠중록 시리즈>를 재미나게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작품임에 분명하다. 황재하와 주자진 콤비가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역시 재미나다. 게다가 황재하가 어려움에 처할 때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 황재하를 위기에서 구해주는 기왕의 멋스러움도 여전하다.

부패한 권력이 벌이는 범죄, 여기에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어쩔 수 없이 끔찍한 범죄를 선택하게 되는 이들, 그 모든 것을 진실을 밝혀내는 것을 정의로 생각하는 황재하, 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특히, 중국 사극의 분위기가 더해진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물론, <잠중록 시리즈>를 잊지 못하는 독자들이라면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다.

<잠중록 시리즈>에 비해 분량이 작아서일까? 오히려 더욱 명확하게 사건이 진행되고 더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해득실이 얽혀 촘촘하게 진행되고 있어 전혀 약하지 않고 꽉 찬 느낌이다.

아주 짧은 이야기이지만, 에필로그 뒤에 나오는 “그 후의 이야기 1,2” 역시 재미나다. 게다가 이서백과 황재하의 아들 이현담, 주자진의 딸 주소석, 왕온의 아들 왕개양, 이들 세 아이들의 존재는 어쩐지 <잠중록>의 또 다른 이야기가 이들을 통해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