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가 잠긴 방 - 기시 유스케 밀실 사건집
기시 유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리망치로 시작된 기시 유스케의 <방범탐정 에노모토 시리즈>, 그 세 번째 책인 자물쇠가 잠긴 방을 만났다. 아직 그 첫 번째 책인 유리망치와 두 번째 책인 도깨비불의 집은 읽어보질 못했지만, 네 번째 책인 미스터리 클락을 통해 만났던 에노모토 케이와 아오토 준코 콤비의 밀실 사건을 깨뜨리는 작업을 만나 반가운 마음이 먼저였다.

 

책 속엔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서 있는 남자는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신일본 장례사사장이 별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누가 보더라도 자살한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별장이 완벽한 밀실이란 점이 자살로 결론 내리게 만든다. 하지만 회사의 법무사인 쿠사카베는 이 사건에 의심을 품고 밀실 사건 전문 변호사처럼 되어버린 아오토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게 된다. 그럼으로 실제 밀실 사건을 풀어나가는 주역인 방범 컨설턴트 에노모토 케이와 함께 밀실이 된 별장으로 향하게 된다. 과연 정말 자살일까?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면 어떤 밀실 트릭이 감춰져 있는 걸까?

 

자물쇠가 잠긴 방은 빈집털이의 달인으로 섬턴의 마술사라 불리던 아이다 아이이치로가 5년 만에 사랑하는 조카들을 찾게 되면서 시작된다. 조카들과 그들을 돌보는 새아빠의 집을 찾았건만 아이다를 기다리는 건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버려 자신의 방에서 자살한 조카의 싸늘한 시신이다. 그것도 밀실이 되어버린 자신의 방안에서 자살한 조카. 하지만, 결코 조카가 자살할 리가 없다고 여긴 아이다는 자신의 옛 동료이자 친구, 지금은 방범 탐정이 되어 있는 에노모토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과연 이 사건에는 어떤 밀실 트릭이 감춰져 있을까?

 

비뚤어진 상자에선 결혼을 앞두고 집을 신축하였건만 부실공사로 인해 작은 지진에도 완전히 기울어져버린 집, 그 집으로 인해 건축업자를 죽이게 된 새신랑이 등장한다. 그곳 비뚤어진 집은 밀실이 되어 있어, 그 안에서 발견된 건축업자는 실족사한 것이 분명하다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데, 과연 이 밀실 트릭은 또 무엇일까?

 

밀실극장은 에노모토와 아오토 변호사 콤비가 찾았던 연극 무대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연극이 진행되던 극장, 그것 무대 뒤편에서 배우 중 하나가 살해되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네 편 가운데 유일하게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작업이 병행되는 이야기다. 나머지는 범인이 누구인지는 너무나도 쉽게 밝혀진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밀실트릭을 썼는지 그 트릭을 알아내고 밝혀내는 것이다.

 

네 편의 사건 모두 밀실사건을 다룬다. 솔직히 밀실이란 강박관념이 있지 않은가 싶은 소설들이다. 소설적 재미가 그리 크진 않다. 과하게 악평한다면, 밀실의 트릭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풀이집 같다고 해야 할까? 전작들인 유리망치도깨비불의 집이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갸우뚱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다음 작품인 미스터리 클락역시 밀실트릭에 대한 설명이 너무 과해 오히려 지루하다는 느낌이 있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이 시리즈가 이런 느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밀실 트릭을 풀어나가는 것 자체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또한 좋아할 독자들 역시 분명 많을 지도 모르겠다. 소설적 재미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읽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몰입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니, 그럼 소설적 재미가 있다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호평 받는 전작들을 봐야 이 시리즈에 대한 적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이 시리즈는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드라마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바로 이 책 속 첫 번째 사건이다. 이 책 속에 실린 두 번째 이야기는 드라마의 두 번째 에피소드, 세 번째 이야기는 다섯 번째 에피소드, 네 번째 이야기는 여섯 번째 에피소드로 만들어졌다. 그걸 보면, 오히려 시리즈 가운데 이 책 자물쇠가 잠긴 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밀실 트릭을 깨뜨리는 그 풀이 자체가 흥미를 끌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 각자가 내려야 할 듯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