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서클 살인사건

크림슨서클 살인사건 ㅣ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5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희경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1년 6월

<킹콩>의 원작자인 에드거 월리스의 <미스터리 걸작선> 첫 번째 작품을 만났을 때, 들었던 생각은 ‘킹콩의 작가가 미스터리 작가였어?’였습니다. 그렇게 처음 만났던 작품 『네 명의 의인』을 시작으로(시리즈의 첫 번째 책은 『트위스티드 캔들』이지만, 왜 그랬는지 두 번째 책인 『네 명의 의인』을 먼저 만났답니다.), 『트위스티드 캔들』, 『수선화 살인사건』, 『공포의 천사』 이렇게 네 작품을 연달아 만났습니다. 영국추리작가협회 선정 “100대 추리소설”에 이름을 올린 작가이기도 한 에드거 월리스, 그렇게 시작된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다섯 번째 작품은 또 언제 나올까 기다리던 차에 드디어 만나게 된 작품이 『크림슨서클 살인사건』입니다. 이번엔 제법 오랜만에 나온 느낌이네요(찾아보니, 거의 2년 만에 나왔으니 오래 걸렸네요.).

소설은 크림슨서클이란 범죄조직이 부유한 사업가(?) 제임스 비어드모어에게 돈은 요구하면서 시작됩니다. 제임스 비어드모어는 크림슨서클의 협박에서 자신의 재산을 지켜내기 위해 유명한 탐정인 데릭 예일을 초대하지만, 결국 크림슨서클의 예고대로 죽음을 맞게 됩니다. 이렇게 소설은 시작됩니다.

소설 속에는 탐정 역할을 하는 사람이 둘 등장합니다. 바로 데릭 예일이란 유명한 사립탐정, 그리고 파르 경감이 그들입니다. 이 둘은 서로 경쟁관계이면서 또한 협력하며 범인을 쫓게 됩니다. 데릭 예일이란 탐정은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바로 사이코메리트 능력(물건에 접촉하면, 이전에 물건에 접촉한 이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는 능력)이 있답니다. 그런데, 어째 사이코메리트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 점은 소설을 읽는 내내 의문이었답니다.

소설 속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제임스 비어드모어의 아들인 잭입니다. 잭은 이웃이자 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한 하비 프로이언트의 비서인 탈리아 드러먼드란 여성에게 푹 빠져 있답니다. 그런데, 이 여성 탈리아는 도둑이랍니다. 계속하여 범죄행위에 연루되는 여성, 잭은 애써 부인하지만, 탈리아가 범죄자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랍니다. 탈리아는 잭의 바람과는 달리 점점 더 범죄의 세계에 깊이 들어가며 크림슨서클의 일원이 되고 맙니다. 나중엔 심각한 범죄의 용의자가 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잭은 탈리아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답니다. 과연 잭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솔직히 이번 작품은 조금 몰입도가 떨어졌답니다. 산만한 느낌을 계속 받았답니다(소설이 그랬는지, 제가 산만하게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뭔가 톱니가 빠진 느낌도 있었답니다. 소설 속 두 탐정 역할 역시 뭔가 나사가 빠진 것만 같은 모습, 어쩐지 무능한 모습만이 계속 드러나며 실망하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르니 이런 느낌도 어쩌면 저자가 의도한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미궁에 빠진 크림슨서클의 리더 그 존재를 더욱 오리무중으로 감추는 장치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뭔가 자꾸 놓치고 간다는 느낌, 그래서 산만하게 느껴지던 순간들, 그 모든 순간들이 알고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 마지막까지 과연 크림슨서클이 누구일지 궁리해가면서 소설을 읽을 필요가 있답니다. 그럼 분명 뭔가 희미하던 것이 분명해지는 느낌과 함께 작가의 의도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