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공찬이 -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필사본 소설
김주연 그림, 김재석 글, 채수 원작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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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글소설은 마땅히 <홍길동전>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홍길동전>보다 먼저 한글로 기록된 소설이 있었음을 이제 알았습니다. 물론, 애초 한글로 쓰인 소설은 아니기에 어쩌면 여전히 최초 한글소설이란 타이틀은 <홍길동전>이 누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설공찬전>이란 한문 소설의 한글필사본인 <설공찬이><홍길동전>이 나오기 전 이미 한글로 기록된 소설로 존재했다고 합니다. 한문소설로 적었지만, 한글필사본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이니 엄밀히 말하면, 한글로 기록된 최소의 소설이란 타이틀은 <설공찬이>에게 돌아가야 맞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설공찬이>를 읽게 되었습니다. 조선 최초의 금서(禁書)이기도 했던 <설공찬전>. 1511년 중종의 명으로 모조리 불태워졌기에 그 존재가 감춰져 있던 소설. 1996년 극적으로 앞부분만 발견된 <설공찬전>. 그 발견된 필사본을 기본으로 하여 새롭게 써진 설공찬이.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무엇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을 읽었다는 배부름이 있습니다.

 

소설은 전북 순창을 지리적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을 통해, 당시 여성의 지위에 대해서. 그리고 당시 저승에 대한 민중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은 이미 죽은 설공찬이 자신의 사촌형제인 설공침의 몸에 빙의하여 저승에 대해, 지옥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설은 공찬이 공침 안에 빙의하여 이야기하는 장면과 공찬이 아직 죽기 전에 누나 초희, 그리고 아버지 설충란과 있었던 일이 교차되어 서술됩니다.

 

설공찬전이 필화 사건이 된 이유, 책이 금서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소설을 읽게 됩니다. 아마도 당시 미풍양속을 헤치는 내용들, 그리고 양반들의 눈에 마땅치 않은 내용들도 많았을 겁니다. 예를 들면 여성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는 듯한 내용들이 그랬겠죠. 또한 무오사화에 대한 고발 내용이 담겨 있는 것 역시 필화사건이 될 소지가 있습니다. 사대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 역시 껄끄러웠겠죠. 게다가 한글에 대한 애정이 소설 곳곳에 묻어나니 이것 역시 마땅찮았을 겁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묘사들, 그리고 환생한다는 사상이 엿보이는 내용들, 이런 것이 필화사건의 직접적 원인이었다니 놀랍기만 하네요. 어쩌면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사후 세계에서의 지위가 이 땅에서 뿌린 대로 거둔 것이기에 탐욕적 관리들에게는 더욱 마땅치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소설을 통해, 저승에 대한 채수, 또는 민중의 사상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소설 뒤편에는 발견된 <설공찬전> 필사본의 원문과 현대역이 함께 실려 있어 현재까지 밝혀진 <설공찬전>의 내용을 알 수 있는 부분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순창에 언제 한 번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설공찬전테마관이 있어 그곳에 다녀오는 것도 좋겠고, 소설 속 초희가 꿈꾸던 세상이 투영된 아미산, 그리고 두 남매가 찾았던 부도암(부도암은 놀랍게도 지금은 너무 유명한 강천사랍니다. 강천사가 비누니 절인 것을 생각하니 어쩐지 초희의 후예들이 그곳에 있단 생각도 드네요.), 공찬과 초희 남매가 달려가던 마암 들판, 이런 곳들을 소설을 음미하며 답사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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