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초등학교 바우솔 문고 6
정명섭 지음, 박현주 그림 / 바우솔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아하는 작가 정명섭 작가의 신작 동화 귀신 초등학교를 만났습니다. 작가의 소설도 좋지만 동화 역시 요즘은 많이 발표하는데, 이 또한 좋습니다.

 

제국의 엄마 아빠는 자주 싸웁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댁으로 함께 가는 동안에서도 차안에는 엄마 아빠의 다투는 소리만이 가득합니다. 그러다 그만 덤프트럭이 뒤에서 차를 덮치게 되고, 이렇게 엄마 아빠를 잃은 제국은 할머니 댁에 홀로 와 있습니다.

 

할머니에게 엄마 아빠가 돌아가신 것 아니냐고 묻자, 아빠는 빚쟁이를 피해 여기저기 도망을 다니는 중이고, 엄마는 외할머니 댁에서 치료 중이라는 대답만을 할머니는 반복합니다. 하지만, 제국은 압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그렇기에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렇기에 전화 한 통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 제국은 답답한 마음에 귀환군 구경을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귀환 초등학교라는 작고 낡은 폐교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귀환 초등학교를 찾아 온 아저씨를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아저씨는 초등학교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전시관의 이벤트 준비를 하러 온 아저씨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학교는 뭔가 이상합니다.

 

광부 체험실로 꾸미고 있는 곳의 마네킹들이 어째 고개를 돌린 사이 조금씩 움직인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제국 앞에 귀신이 나타났습니다. 광부 모습을 하고 곡괭이를 든 귀신이 제국을 공격하려 합니다. 왜 그곳에 귀신이 나타나는 걸까요? 그 이유가 있답니다. 이곳 귀환군에 있던 구리 광산에서 오래전 붕괴사고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당시 시신을 수습한 장소가 바로 이곳 초등학교였다고 합니다. 과연 그런 자리에 귀신 전시관이자 광산 사고 기념관을 만들려는 여인 안정옥 대표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 자리에 오래전 사고의 유가족들을 불러 모으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호러 동화인 귀신 초등학교는 폐교라는 장소에 등장하는 귀신의 존재가 고전적인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동화입니다. 마치 무더운 한여름 밤 폐교로 담력 훈련을 떠난 것 마냥 오싹함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광산 매몰 사고로 인한 죽음, 그로 인한 슬픔과 증오, 원한과 광기 등이 귀신을 잉태한 자리임을 보여주기도 하여 먹먹함도 있습니다. 과연 이런 증오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될지 역시 또 하나의 으스스함을 느끼게 해주고 말입니다.

 

동화는 귀신이란 존재가 주는 오싹한 분위기를 넘어, 치유되지 못한 문제가 치유되고 화해의 자리로 나아가는 훈훈함도 선물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 독자들을 속일 작정으로 작가가 준비해둔 또 하나의 반전이 반전의 즐거움과 함께 먹먹함을 한 방 꽝 먹인답니다.

 

이 책을 읽은 지 바로 그날 광주에서의 건물 철거현장 붕괴사고로 많은 생명을 잃은 슬픈 소식이 들려와 더욱 먹먹했답니다. 이젠 제발 그런 슬픔, 통한의 사건들이 이 땅에서 벌어지지 않게 되길 두 손 모아 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