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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어린 시민군 ㅣ 스콜라 어린이문고 34
양인자 지음, 홍연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5월
평점 :

양인자 작가의 『오월의 어린 시민군』이란 제목의 동화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지만,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입니다. 예전엔 폭동이란 말을 공공연하게 했거든요. 착한 학생들일수록 이런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있다가 대학에 들어가 선배들에 의해 광주의 끔찍한 사진들을 몰래 보게 되면 엄청난 충격에 빠지곤 했답니다. 그동안 세상에 속아왔다는 생각부터 하게 되니 말입니다. 희대의 사기극인 평화의 댐을 짓는다며 코 묻은 돈을 결연함을 담아 정성껏 모았던 시대를 살아왔던 서글픈 세대이니 오죽하겠습니까? 초등학교에선 영화관에 단체 관람을 가 붉은 돼지를 박살내는 애니메이션을 보며 박수를 쳐댔던 세대, 그렇게 끊임없이 세뇌를 당하며 성장하였던 세대이니, 비로소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진실의 한 자락을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이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그렇기에 우리의 아이들만은 진실을 알고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이 책 『오월의 어린 시민군』은 아이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동화입니다.

동화 속엔 두 아이가 등장합니다. 찬호와 현조는 광주의 어느 한 지붕 세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이랍니다. 둘은 언제나 붙어사는 절친이죠. 그런데, 현조네 아버지가 인천으로 직장을 옮기며 이사를 가게 됩니다. 마침 이 때, 광주에선 믿지 못할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미 아버지는 이사 트럭을 타고 광주를 빠져 나갔는데, 현조와 어머니는 차편이 끊겨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립니다. 우연히 찬호가 현조를 만나게 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두 아이는 격정의 현장 한 복판에 놓이게 됩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지만, 민주화를 열망하며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게 끔찍한, 있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하게도 되고요. 어찌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군인들이 국민을 향해 총을 들이댈 수 있을까 싶지만, 그런 일들이 정말 벌어졌으니 말입니다.

수많은 죽음을 잉태하고, 붉은 꽃잎들을 수없이 흩뿌린 후에 그 일은 끝나는 것 같았지만, 후에 인천으로 이사를 가게 된 현조는 이 일로 인해 아프게 됩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현조의 말을 믿지 않거든요. 이 부분이 참 가슴 아팠답니다. 철저하게 세뇌된 사회에서 현조의 말이 어떻게 들렸을지 생각하니 먹먹했답니다. 왜냐하면, 현조의 감정이 사실 당시 진실을 알던 사람들이 느껴야만 했던 감정일 테니 말입니다. 우린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진실을 외면한 채 살아왔습니다. 마치 동화 속 찬호의 둘째 누나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동화 속 둘째 누나는 자신의 세계(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바깥일엔 무관심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귀를 열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결국 바깥으로 나가 함께 하고 말이죠.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둘째 누나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답니다.
우리의 귀를 열고 듣고 알고 느끼고 기억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젠 이런 아픔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가야겠죠.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세상은 결코 찬호와 현조처럼 ‘어린 시민군’이 필요 없는 그런 세상이 되길 기도해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