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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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패키지여행이 시작된다. 누가 이런 여행을 가겠느냐 싶은 싸구려 패키지여행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패키지는 인원이 차게 마련이다. 아무리 싸구려 패키지여행이라 할지라도 설렘 가득한 여행길.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여행을 떠나는 자 같지 않은 자가 있다. 그것도 어린 아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기엔 설렘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괴기한 부자지간이 이번 패키지여행의 가장 큰 오점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출발한 패키지여행은 휴게소에 들르며 파탄을 맞게 된다. 휴게소에서 두 사람이 사라졌다. 괴기한 부자지간이. 아이는 토막 난 시신으로 다른 여행자의 가방 속에서 발견되었고, 비정한 아비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렇게 사라진 여행자를 찾아 수사를 시작하는데, 놀랍게도 그런 끔찍한 일을 벌이려 패키지에 참여한 자가 가명이 아닌 실명으로 패키지에 참여하였다. 그렇게 범인을 추적하기에 이르는데, 그 범인은 우연한 장소에서 또 다른 사건의 가해자로 체포된다. 어느 남성의 집에서 그 남성을 무자비하게 칼질을 하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과연 이 비정한 아비는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정해연 작가의 패키지는 비정한 아비의 범행을 통해, 우리의 가정이 혹 싸구려 패키지와 같은 그런 모습은 아닌지 묻고 있다. 특히, 가정폭력이 만연한 싸구려 패키지와 같은 가정을 고발하고 있다.

 

요즘처럼 가정 내 아동폭력의 끔찍함에 몸서리쳐지는 때도 없다. 하지만, 이런 아동폭력이 어제 오늘의 문제만은 아닌 것 역시 사실이다. 소설은 이런 끔찍한 가정 내 폭력이 존재하는 가정은 가족이란 이름만 있을 뿐, 그 가정은 끈끈하게 엮인 공동체가 아닌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들이 그저 한 자리에 함께 할 뿐인 싸구려 패키지여행과 같은 집단에 불과함을 역설하고 있다.

소설 속 진행에서 놀라운 반전이 있다. 어쩌면 놀랍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작가는 착실하게 이 반전에 대한 단서를 상당히 눈에 띄게 던져 줬기에 소설을 읽는 내내 그런 반전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반전은 또 다른 질문을 던져준다. 내 혈육은 귀하고, 남의 피는 귀하지 않은가? 나와 피가 섞이지 않은 자식은 자식이 아닌가? 나와 피가 섞이지 않은 자식이라면 폭력의 대상이 되어도 좋은가? 하는 질문을 말이다.

 

정해연 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접했던 작품들이 모두 흡입력이 강하고 흥미진진하게 술술 읽혔던 기억이다. 한 마디로 소설의 재미가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묵직한 메시지 역시 던져진다. 때론 힘겨울 만큼 묵직한 메시지가. 그렇기에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에게도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또 한 사람의 관심작가가 생긴 것 같아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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