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술관 - 2018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 예술 부문 스페셜멘션 상 수상작
조안 리우 지음 / 단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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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 리우의 그림책 나의 미술관은 글이 하나도 없는 그림책입니다. 아이가 미술관에 들어가 경험하게 되는 순간들을 그림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입장권을 손에 쥐고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미술관의 그림들을 감상하는 순간들.

 

솔직히 아이에게 미술관의 그림들을 감상하라는 것은 무리일 수 있습니다. 책은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이에겐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이 재미없거나, 또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이에겐 그림 앞에서 뭔가를 아는 것처럼 감상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더 재미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인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감상합니다.

 

뒤에서 볼 때엔 모두 열심히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것만 같았는데, 앞에서 보니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어떤 어른은 어째 배가 아픈가 봅니다. 화장실이 급한 것만 같은 표정이네요. 누군가는 그림을 감상하는지 음악을 감상하는지 알 수 없고, 누군가는 그림을 감상하기보단 그림을 찍고 있네요. sns에 올려 자랑하려나 보지요. 이렇게 보니 어른들 역시 작품을 감상하는 척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에겐 커다란 그림보다는 이보다 더 커다란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깥 풍경이 더 멋집니다. 도자기에 새겨진 멋진 문양보다는 이를 감상하는 어느 어른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이 더 신기하고요.

 

아이는 아이만의 방법으로 미술관을 즐깁니다. 창밖 담쟁이덩굴과 그 위를 기어가는 달팽이를 바라보기도 하고, 뒤집어서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합니다. 고개를 아래로 숙여 정말 뒤집어 본답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통해 그림자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마침내 엄마가 아이를 데리러 옵니다.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석양이 지는 풍경 역시 아이에겐 멋진 풍경, 멋진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2018 볼로냐 라가치상 예술 부문 우수상수상작입니다. 이 그림책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미술관 속 작품들을 감상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아이에겐 미술관이 또 하나의 즐거운 공간이었음이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말입니다. 아이 홀로 미술관에 입장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멋졌습니다. 아이에겐 이미 미술관은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며, 미술 작품들과 친해질 수 있는 놀이 공간이라는 사실, 아니 그래야 한다는 사실을 책은 말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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