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쾅! 쿵쾅!
이묘신 지음, 정진희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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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묘신 작가의 그림책, 쿵쾅! 쿵쾅!은 층간 소음에 대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흐뭇한 결말이 미소 짓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작가의 동시집을 만난 기억은 있는데, 그림책은 처음이라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답니다.

 

요즘처럼 아이들이 집안에 있어야 할 시간이 더욱 늘어나면서 층간 소음 문제는 더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림책 속 형제 역시 아마도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나 봅니다. 외출하기 쉽지 않은 시기이니 말입니다.

 

쿵쾅 쿵쾅, 아이들이 시끄럽게 할 때, 엄마는 조마조마하죠. 아이들에게 화를 내게 마련이고 말입니다. 책 속 엄마 역시 그렇답니다. 시끄럽다고 조용히 놀라고 고함을 치곤하죠. 그럼에도 아이들의 왕성한 활동력을 잠재우긴 쉽지 않습니다. 이때, “딩동! 딩동!” 아래층 할아버지가 올라오셨답니다. 그리곤 이렇게 묻습니다. “얘들아, 여기 코끼리가 사니?” 이렇게 묻는 물음에 두 가지 마음이 듭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혹 아이들의 쿵쾅거림으로 이웃 간에 다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기대하게 됩니다. 할아버지의 대사가 어쩐지 예사롭지 않거든요. 어쩐지 화를 낸다기보다는 할아버지의 유머가 엿보여서 할아버지의 마음이 넓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합니다.

 

그런데, 형제는 여전히 쿵쾅거립니다. 계속 같은 모습이 반복되죠. 엄마는 조용히 하라고 고함치고, 또 할아버지가 올라오고 말입니다. 그래서 조마조마한 마음이 계속 고조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혹시?’ 하며 기대하기도 합니다.

 

할아버지의 대사가 여전히 예사롭지 않거든요.

얘들아, 여기 캥거루가 사니?”

얘들아, 여기 딱따구리가 사니?”

얘들아, 여기 오리가 사니?”

 

하지만, 여전히 조마조마합니다. 점점 더 이러면 안 되는데싶습니다. ‘이러다 큰 일 나지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마지막 할아버지가 남긴 쪽지가 가슴 속을 짓누르는 커다란 바위를 순식간에 날려버립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외출하는 시간을 명시해 놓고, 그 시간에 마음껏 아이들이 코끼리가 되고, 캥거루가 되며, 딱따구리가 되고 오리가 될 수 있도록 해주거든요.

 

이런 모습이 참 멋집니다. 무엇보다 그림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함이 더욱 이 그림책을 돋보이게 만듭니다. 작가의 동시만이 좋았던 게 아니라 그림책 역시 강추하고 싶은 그런 책입니다.

 

층간소음 문제는 물론 어느 한쪽의 문제만은 아니리라 여겨집니다. 물론, 함께 사는 세상이니 조용히 하는 것이 옳겠지만,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함께 사는 세상이니 조금 참는 것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면, 예전에 이사를 간 아파트 윗집에 미취학 아이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마침 윗집 아이(초등 고학년 정도의 사내아이)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답니다. 그래서 너희 집 동생 있지?” 물었더니, 이 아이가 움찔하더라고요. 그래서 말했답니다. 아랫집은 괜찮으니 마음껏 놀게 하라고. 시끄럽다고 혼내지 말라고 부모님께 전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이 아이가 엄마에게 말했대요. 아랫집에 멋쟁이 아저씨가 이사 왔다고 말이죠. 괜스레 으쓱해지더라고요.

 

지금 저희 집 역시 초등1학년 아들 녀석에게 매번 하는 소리가 조용히 하라는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참 미안하죠. 다행스러운 건 아랫집 역시 좋은 분들이어서 한 번도 얼굴 붉힌 적이 없음이 감사하답니다. 물론 그래도 죄송해서 간혹 뭔가를 가져다 드리긴 하지만요. 그림책처럼 우리 조금 양보하고, 조금 더 조심하고, 그러면서도 조금 더 기다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들은 영원히 코끼리, 캥거루, 딱따구리, 오리에 머물러 있진 않을 테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책 속 멋쟁이 할아버지들을 찾게 되는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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