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챔피언
레자 달반드 그림, 파얌 에브라히미 글, 이상희 옮김 / 모래알(키다리)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압틴은 몰레스키 집안에서 태어났답니다. 그런데, 이 몰레스키 집안이 어떤 집안이냐 하면요, 집안사람들은 모두가 스포츠 챔피언들이었답니다. 수영 챔피언, 테니스 챔피언, 복싱 챔피언, 레슬링 챔피언, 카레이서 챔피언 등 다양한 챔피언들이었답니다. 그러니 압틴 역시 챔피언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자라길 바랍니다. 얍틴은 그러니 챔피언이 되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압틴은 다르답니다. 운동을 잘 하지도 못할뿐더러, 챔피언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답니다. 그래도 가족은 압틴이 챔피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만 한다고 강요하죠. 이런 상황에서 압틴은 챔피언이 되기 위해 애를 써야만 하는 걸까요?

  

  

그림책 속 그림을 보면, 압틴은 언제나 작게 그려져 있답니다. 이는 압틴의 육체적 여건이 다른 가족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른 가족들은 운동선수로서 타고 탄 몸이 주어졌다면, 압틴은 그렇지 않습니다. 게다가 많은 경우 압틴의 손에는 그림이 들려 있거나, 또는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이는 압틴의 꿈이 무엇인지를 줄곧 보여주고 있습니다.

 

압틴이 비정상적으로 작게 그려진 그림들을 보며 또한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어쩌면, 가족들의 강요 아래 살아야만 하는 압틴은 이처럼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림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아무튼 이처럼 꿈과 미래가 강요되어지는 가정, 그 상황 속에서 압틴은 가족들을 실망시켜주고 싶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꿈이 아닌데도, 가족의 강요 속에 자신의 인생을 밀어 넣고 싶지도 않습니다. 압틴이 생각한 방식은 참 발칙합니다. 자신의 꿈인 그림을 이용하여 모든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려 합니다. 그 방법은 벽에 잔뜩 걸려 있는 가족들의 챔피언 그림에 그림을 그려 손을 본 겁니다. 모두 웃게 하거든요. 과연 이 일이 가족들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까요?

  

  

일단 벽에 걸린 가족들 액자는 모두 웃게 만드네요. 여기에서 앞에 걸린 가족들 그림을 눈여겨보면, 한 그림도 웃는 얼굴이 없답니다. 모두 챔피언이 된 상황에 대한 그림인데 말입니다. 어쩌면 이 장면을 통해 작가는 말하고 있지 않을까요? 모두가 챔피언이 되었지만, 정작 한 사람도 웃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즉 사실 어느 누구도 진정한 행복을 누리지 못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어쩌면 그들 모두 몰레스키 가족의 일원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희생양들이 아닐까요? 가족의 기대와 강요 속에서 그에 맞게 키워져야만 했던 사람들 말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들을 하는 것이겠죠. 부모의 꿈을 이루어주는 인생이 아니라 말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져오는 조사용지를 보면, 부모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칸이 있더라고요. 이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여전히 우리 자녀들을 압틴처럼 조그마한 아이로 만들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도 됩니다.

  

  

마지막 그림이 재미납니다. 벽을 자랑스럽게 장식하던 액자들이 모두 웃는 얼굴로 그려진 모습을 보고 포효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나오거든요. 아버지 입장에서는 뒷목 잡고 쓰러질 상황이죠. 어쩌면 이제부터 압틴은 자신의 꿈을 멋지게 이루기 위해선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것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럼에도 자신의 꿈을 쉽게 접지 않길 바라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