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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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신작은 아니지만,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출간된 작품이다. 무엇보다 본격추리소설 작품 활동이 왕성하던 초기에 속한 작품이기에 복고추리소설이란 선전문구가 더욱 관심을 끌게 한다. 1992년 작품인데, 30년이 지난 후에 만나게 되는 작품이지만, 전혀 이질감이 없다(물론, 당시대를 느낄 수 있는 몇몇 기기들을 만날 수 있다. 당시에는 첨단 기기였을 테지만, 지금은 사라진 것들이 오히려 묘한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란 제목. 과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걸까? 주인공 교코는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24살 아가씨다. 귀금속을 사랑하는 아가씨, 언제나 보석 체인점 쇼윈도 안에 진열된 귀금속의 주인이 될 날을 꿈꾸는 아가씨다. 22.76캐럿 사파이어 반지쯤, “어머나, 보기보다 비싸네....” 말하며 선뜻 계산할 날을 꿈꾸는 아가씨다. 하지만, 현실은 남들 파티의 도우미인 컴패니언에 불과하다. 그래서 더욱 백마 탄 왕자를 꿈꾼다.

 

마침 오늘이 그 날이다. 백마 탄 왕자로 점 찍어둔 재벌 2세인 다카미 슌스케가 오늘 파티에 참여할 게 분명하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보석 체인점인 하나야가 주최하는 고객 감사파티가 벌어지는 긴자 퀸 호텔로 교코는 향한다. 과연 오늘 파티에서 다카미 슌스케와 썸을 탈 수 있을까?

 

그런데, 그만 파티가 끝난 퀸 호텔에서 자신과 함께 마지막으로 일터를 떠났던 동료 에리가 자살하고 만다. 자신과 함께 마지막 문단속을 하고 떠났던 객실에서 자살한 에리. 에리는 왜 다시 돌아왔던 걸까? 그리고 정말 자살한 걸까?

 

교코는 에리가 자살했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이 사건을 맡았던 총각 경찰인 시바타 형사 역시 마찬가지다. 마침 시바타 형사가 교코의 옆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고. 이렇게 교코는 시바타 형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때론 도움을 줘가며 에리의 자살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에리는 분명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 믿고 말이다.

 

하지만, 그곳은 밀실이다. 과연 어떤 트릭이 감춰져 있는 걸까? 이렇게 소설은 밀실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큰 축을 가지고 전개된다. 그러다 또 한 사건을 만나게 된다. 에리의 옛 애인이 바로 교코가 백마 탄 왕자로 점찍은 재벌 2세의 큰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이었던 것. 자신의 범행을 밝히고 자살하고 만 에리의 옛 애인. 하지만, 이 사건 역시 뭔가가 감춰져 있다. 어쩌면 이 옛 사건과 에리의 죽음이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연관이 있다면 이면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일까?

 

소설은 밀실 살인 사건의 트릭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는 본격추리소설이다. 또한 등장인물들 가운데 의심이 가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백마 탄 왕자마저. 교코가 점찍은 백마 탄 왕자가 혹시 끔찍한 비밀을 감추고 있는 건 아니겠지? 교코의 꿈이 이뤄지기 위해선 그래야만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교코의 계획은 무사할까?

 

소설의 또 하나의 줄기는 밀실에서 살해된 에리의 죽은 애인 이세 고이치의 범행과 연관 되어 있다. 이세 고이치는 어떤 사건에 연관되어 있던 걸까? 그리고 그 사건의 감춰진 인물들은 누구일까? 이세 고이치는 그 인물들에 대한 단서를 남겼다는 데, 과연 그 단서는 무엇일까? 사실 이 단서야말로 모든 사건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이다. 이 단서를 찾는 작업 역시 또 하나의 재미를 준다.

 

거품 경제가 한참일 때, 보석에 대한 허영 내지 소비문화가 반영된 소설이라는데, 우리 역시 몇 차례의 커다란 경제적 위기를 지났지만, 여전히 보석이란 여인들의 관심 대상이 아닐까? 행사 도우미라는 컴패니언이란 독특한 직업 역시 흥미롭다. 대부분 대학을 나온 여인들이 택한 직업 컴패니언, 이 역시 거품 경제가 한참이던 시기와 맞물려 있을 게다. 행사도우미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묘하게 전문직이란 느낌도 갖게 하는 직업, 그래서 어쩌면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성이 택하기 좋을법한 직업. 그런데 소설의 더욱 흥미롭고 재미난 부분은 교코와 옆집 총각 형사와의 캐미다. 둘의 에프터가 있음 좋겠다 싶을 만큼. 하지만, 이미 30년 전의 작품, 그 후속작은 없는 듯싶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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