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령 장수 1 - 한 번쯤 만나고 싶은 기이한 혼령들 혼령 장수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도쿄 모노노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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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시리즈>의 작가 히로시마 레이코의 새로운 시리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혼령 장수란 동화입니다.

 

몸집이 크고 다부진 체격에 머리는 반질반질한 민머리, 큼직한 금 귀걸이를 하고 빨간색과 하얀색 바둑판 모양의 기모노에 화려한 무늬들의 겉옷을 입고 있는 요상하고 기묘한 분위기의 남자가 바로 혼령장수라 불리는 기묘한 사나이입니다. 뭔가 간절한 바람이 있는 아이들에게 유령처럼 나타나 아이들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사나이랍니다.

 

그런데, 조심해야만 합니다. 이 혼령장수가 내건 조건을 어기면 큰 일 나거든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너무나도 쉽고 간단한 것만 같은 조건인데, 이 조건을 지키는 것이 쉽지마는 않습니다. 그래서 큰일입니다.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에게 힘을 빌려줬던 혼령에게 잡아먹히게 되거든요.

 

달리기를 잘 하고 싶은 소녀에게는 푸른 다리혼령이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면 다시 혼령 장수에게 돌려줘야만 합니다. 과연 소녀는 푸른 다리를 돌려줄 수 있을까요?

 

책을 사랑하는 사쿠라는 도서관에서 떠드는 아이, 책을 함부로 다루는 아이 등을 이해할 수가 없답니다. 혼령 장수는 사쿠라가 도서관을 잘 지켜낼 수 있도록 붓 귀신을 빌려줍니다. 조건은 졸업하면 다시 혼령 장수에게 돌려줘야만 하고, 도서관 밖에서는 그 힘을 사용해선 안 됩니다. 과연 사쿠라는 도서관을 멋지게 만들 수 있을까요?

 

게이스케는 편식왕입니다. 좋아하는 고기반찬 말고는 정말 먹고 싶지 않답니다. 그런 그에게 혼령장수가 접근합니다. 무엇이든 먹기 싫은 반찬을 대신 먹어주는 혼령을 빌려주려고 말입니다. 바로 두 번째 입이라는 녀석인데, 이 녀석의 힘을 빌리는 것은 간단합니다. 하루에 한 번은 꼭 먹을 것을 줘야만 합니다. 무슨 음식이든 상관없고, 양도 상관없답니다. 그러니 지키기 쉬운 조건이네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이런 식으로 도합 다섯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각 이야기에서는 혼령 장수가 뭔가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에게 접근하여, 그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혼령을 대여해줍니다. 그리고 조건을 하나씩 내세우죠. 아주 간단하고 지키기 쉬울 것만 같은 그런 조건인데, 문제는 혼령이 빌려주는 힘, 그 맛을 누리다보면 이 조건들이 지키기 쉬운 것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동화 속에 등장하는 기묘한 사나이, ‘혼령 장수는 악당인걸까요? 아님 아이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고마운 존재인걸까요? 그건 혼령 장수에게서 혼령을 빌려 쓰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게다가 동화는 이런 악당과 선인의 경계에 굳이 신경 쓰지 않는 느낌입니다. 아주 쉽게 혼령에게 아이가 잡아먹혀도 그만이죠.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답니다. 이처럼 어쩐지 윤리적 강박에서 자유로운 것 같은 동화의 분위기가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윤리적 강박 아래에서 동화를 바라본다면, 동화 속 아이들의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 욕망에 사로잡혀 혼령 장수와 맺은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모습이 결국엔 자신에게 큰 화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기묘한 옷차림의 혼령장수’, 그의 겉옷에 그려진 다양한 모습의 그림들은 사실 모두 혼령들이랍니다. 이런 다양한 혼령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 그 다음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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