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들은 본격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좋아할만하다. 작가 특유의 유머가 더해진 유머 미스터리”, 그 가벼움과 이러한 가벼움을 상쇄하고 남을 탄탄한 추리의 맛이 있어 작가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제법 많으리라 여겨진다. 이런 작가의 시리즈가 몇몇 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 시리즈는 아무래도 <이카가와 시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이카가와 시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두 탐정, 아니 한 명의 탐정과 한 명의 탐정 수련생이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들.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2002년 작품, 국내출간 2011)부터 시작하여 도합 7편의 단행본이 출간되었는데, 그 중 6번째 책이 바로 이 책 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이다. 2008년에서 2011년까지 발표된 다섯 편의 단편을 모아 2011년에 출간된 단편집으로 국내에서는 도서출판 지식여행에서 2012년 출간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이카가와 시 시리즈> 가운데서는 5번째로 만나게 되는 작품인데, 앞에서 읽었던 작품들이 모두 장편이라는 점과는 달리 다섯 단편들과의 만남이기에 과연 어떤 느낌일까 궁금함을 품고 책장을 펼쳤다.

 

다섯 편의 단편들 모두에서 탐정 우카이와 그의 조수이자 탐정 수련생인 류헤이 콤비만이 등장할 뿐, 시리즈의 다른 작품에서 등장했던 건물주 아케미나 형사 콤비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 말은 도합 다섯 가지 사건들을 오롯이 이 두 탐정이 해결하게 된다는 말이다(파이팅!).

 

첫 번째 작품인 후지에다 저택의 완전한 밀실은 숙부의 유산을 탐낸 조카가 밀실살인사건을 만들어 놓는 장면을 독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보게 되는데, 독자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지만, 우리의 탐정 우카이는 과연 이 밀실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게 될까? 이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완전한 밀실”(이는 범인이 의도한 밀실이 아닌 또 하나의 다른 밀실) 안에 이 사건이 들어가게 됨으로 너무나도 허망하게 해결되어 버린다. 과연 그 밀실은 무엇일까?

 

또 하나의 밀실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 시속 40킬로미터의 밀실은 의도된 사건이 아닌 우연이 겹치며 만들어지게 된 밀실 살인사건이다. 범인은 자신이 범인인 줄도 모르는 상황. 그래서일까? 왠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범인 없는 살인의 밤속 작품들을 떠올리게도 되는 작품인데, 이런 우연의 연속을 풀어내는 탐정이 어째 멋져 보인다(물론 이를 위해 젖은 미역을 밟고 미끄러지는 모습은 결코 멋지지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실제 과학적으로 작품 속 사건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풀어내며 설명하는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일곱 개의 맥주 상자는 사건이라고 할 수도 없는 잃어버린 7개의 빈 맥주 상자. 그 상자의 행방을 추적하는 탐정이 의도하지 않게 엄청난 사건을 만나게 되고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과연 그 사건은 무엇일까? 의뢰한 사건은 만나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당사자도 그리 애타게 찾지 않는 빈 맥주 상자 7개를 찾아 헤매는 탐정이 어쩐지 한심하게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그럼에도 타박하지 말자. 그 한심함에 집중함으로 커다란 사건을 해결하게 되니까.

 

참새 숲의 이상한 밤에서는 언제나 여자에게 껄떡거리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는 탐정 조수 류헤이가 이번에도 야밤에 여자에게 껄떡거리려다 목격하게 된 의문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간단한 트릭이 탐정과 탐정 조수를 혼란 속으로 빠뜨리게 되는데, 그 트릭은 무엇인지 만나보자.

 

마지막 보석 도둑과 엄마의 슬픔은 사건을 진술하는 화자의 존재에 대해 작가는 독자를 살짝 속이는 재미가 담겨 있다. 이것 역시 서술 트릭이라 말할 수 있을까?

 

다섯 편의 단편들은 모두 어쩌면 엄청난 트릭이 담겨 있진 않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런 허접한 트릭들이라니 하며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또 한편으로는 이런 소소한 트릭들을 재료로 해서 재미난 단편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내공이 오히려 돋보이기도 한다. 아울러 다섯 편의 사건들 중 네 건이 모두 살인사건인데, 그럼에도 끔찍하게 느껴지지 않음이야말로 유머 미스터리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솔직히 <이카가와 시 시리즈>의 장편들에 비해선 조금 아쉬움도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단편이 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시리즈 7번째 책인 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역시 단편집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은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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