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괴 따위 안 해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미스터리 소설은 특별한 재미가 있다. 가벼움과 유쾌함,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탄탄한 짜임새. 그래서 그의 소설을 유머 미스터리라고 부르나 보다. 이번에 읽은 이제 유괴 따위 안 해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소설은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한 스무 살 대학생의 여름방학 아르바이트에서 시작된다. 선배 고모토의 타코야키 노점 트럭을 몰고 타코야키 장사를 하게 된 쇼타로. 그는 매상의 1할을 선배에게 지불하는 조건으로 돈 되지 않는 노동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런 그 앞에 한 어여쁜 여고생이 험악한 인상의 두 사내에게 쫓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정의감(예쁘지 않았다면 나서지 않았을 정의감이다.)에 나서 여고생을 구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여고생을 쫓던 자들은 여고생의 보디가드였고, 보디가드의 눈을 피해 도망치기 위한 치기어린 여고생의 도피 행각이었던 것.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치기어린 여고생이라 여겼던 열일곱 소녀 하나조노 에리카는 바로 하나조노 파 보스의 딸이었던 것. 게다가 소녀는 아빠가 다른 어린 여동생의 신장이식수술을 위해 돈이 필요한 상태(칠칠맞은 보스가 조직원에게 에리카의 엄마인 둘째 부인 빼앗긴 것. 이로 인해 에리카는 동생의 상태에 대해 아빠에게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둘은 돈을 만들기 위해, “가짜 유괴사건에 돌입하게 된다. 쇼타로가 에리카를 유괴했노라 폭력조직 보스에게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려는 것. 여기에 무더운 여름 순진한 후배 쇼타로에게 푸드 트럭을 맡긴 채 휴가를 보내고 있던 악덕 선배 고모토가 함께 하게 되는데. 이렇게 세 사람의 가짜 유괴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소설은 가짜 유괴사건의 성공 여부를 놓고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여기에 에리카의 언니이자 하나조노 파의 실제적 리더인 사쓰키가 등장하게 되고. “가짜 유괴사건은 잘 진행되는 것 같은데, 정작 사건은 자꾸 꼬이기만 한다. 무사히 받은 3천만 엔. 하지만, 쇼타로의 에리카는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게 되고, 잠에서 깨어나 보니 선배가 사라졌다. 수술비 500만 엔을 남겨놓은 채 2500만 엔을 들고 사라진 선배. 여기에 연쇄살인까지. 과연 사건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소설 곳곳엔 저자의 유쾌함이 가득 묻어 있다. 하지만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짜 유괴사건을 성공시키기 위한 엄청난 두뇌게임, 여기에 본격소설의 단골 소재인 알리바이 조작, 그 알리바이 조작을 해결해내는 단서까지. 본격추리소설의 재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또 한 가지 여고생을 향한 위험천만한 로맨스까지(이런 설정 괜찮은 건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로맨스는 유머 미스터리처럼 유머러스하다. 웃음 속에 담긴 달큼함도 소설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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