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산장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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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작가 작품 가운데 어떤 스타일의 소설을 좋아할까? 본격추리소설? 사회파 미스터리? 아님 감동소설?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셋 모두 좋아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에겐 여전히 초기의 본격추리소설에 대한 그리움 비슷한 감정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작품 속 내용을 통해 공공연히 본격추리소설과 이별을 고한 작가이기에 더욱 그런 그리움이 있지 않은가 싶다. 어쩌면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런 마음 비슷한 감정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 가면산장 살인사건과의 만남은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가벼운 흥분과 함께 시작한 소설이다. 1990년 작품인 가면산장 살인사건은 그 동안, 개인적으로는 이런 저런 이유로 읽지 못하고, 보고 싶은 소설로 남아 있던 작품이다. 그러던 소설을 드디어 읽는다는 설렘과 함께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본다.

 

다카유키는 결혼식을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약혼자 도모미를 교통사고로 잃고 만다. 졸음운전을 했던 걸까? 결혼식장을 찾아갔던 예비 신부는 곡선주로에서 핸들을 꺾지 못하고 그대로 사고를 당하고 만 것. 그로부터 석 달 후, 다카유키는 처가의 초대로 사고현장에서 멀지 않은 별장으로 향하게 된다. 그곳 별장엔 가면이 하나 놓여 있다(여기에서 가면 산장이란 이름이 왔나보다. 하지만, 실상 이 가면은 단지 상징일 뿐, 가면 산장이란 이름은 가면이 놓여 있어서라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의 가면을 벗겨낸다는 의미가 더 강한 듯싶다. 물론 중의적이겠지만 말이다.). 그곳을 들어가는 장면이 이와 같다.

 

마치 가면이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다카유키는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무언가 모를 불길한 예감이 그의 가슴을 스쳤다. 물론 그것은 아무 근거도 없는 예감이었다.(18-9)

 

어쩐지 앞으로 이곳에서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질 것만 같은 그런 복선을 깔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의미의 복선일까?

 

자신의 처가가 될 뻔 했던 가정, 도모미의 부모와 오빠, 그리고 사촌 여동생과 도모미의 절친 등 8명의 인물이 모이게 되는데, 산장에선 예상할 수 없었던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별장에 권총을 든 괴한 둘이 침입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주변에서 은행 강도 범행을 한 후 주변 빈 별장을 도주로로 택했던 것인데, 마침 그곳에 이들 일행이 모여들었던 것. 이들 범죄자들에 의해 인질로 잡힌 별장 사람들, 이로 인해 소설은 한껏 미스터리 소설의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해 낸다.

 

그런 가운데 별장에 묵던 이들 가운데 도모미의 절친이자 소설가인 게이코는 도모미의 죽음이 사고사가 아닌 살인사건임을 주장하게 됨으로 분위기는 또 다시 바뀌게 된다. 정말 도모미는 사고사가 아닌 살인사건의 희생양인 된 것일까?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일까? 갑자기 인질이 된 이들은 자신들의 처지도 잊고 추리 클럽과 같은 분위기를 펼치곤 한다.

 

이런 가운데 갑자기 별장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되면서 소설은 본격적인 본격추리소설의 분위기를 만들게 된다. 각자가 탐정의 역할을 해내면서 범인을 추리하게 되는데,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이들 흉악한 범죄자들로부터 산장에 모인 이들은 무사히 풀려날 수 있을까?

 

소설을 읽으며 솔직히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점은 작품해설을 쓴 오리하라 이치의 말처럼 언젠가부터 혹시 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물론 그 인물들은 조금씩 변하게 되는데, 소설은 이에 맞춰 이들을 범인으로 상정하곤 한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이 사람, 이 사람은 왜 용의자에서 벗어나야만 하는 걸까?

 

그렇다. 소설은 작가가 독자를 작심하고 속이는 서술 트릭의 기법으로 진행된다. 결과를 다 알고 나면, ! 이때, 그 부분들이 바로 내가 생각했던 복선이 아닌 또 다른 복선을 넣은 것이구나 싶다. ‘서술 트릭이란 게 어쩌면 작심하고 독자를 속이는 반칙인 것이 분명하지만, 이런 복선들을 곳곳에 넣음으로 나름 페어플레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작가의 본격추리소설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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