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도 - 사라진 선감학원의 비극
김영권 지음 / 작가와비평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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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도라는 비극의 땅이 우리 역사 속에 버젓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안 것은 부끄럽게도 얼마 되지 않는다. 신선이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아름다운 전설에서 시작된 섬 이름, 선감도. 하지만, 그 선감도에 실제 펼쳐진 것은 지옥이었다. 신선은 결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지옥의 문을 연 것은 일제였다. 그곳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세워진 소년 교화시설이 있었다.

 

이 선감도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사실, 목포의 고하도란 곳에도 같은 시설이 일제강점기에 세워졌음을 알게 된 후 여기에 대해 찾아보다가 고하도는 선감도의 동생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인천의 선감도와 목포의 고하도, 이렇게 두 곳에 이러한 거짓말 같은 시설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일제에 의해 열린 지옥의 문, 문제는 일제에 의해서만 당시 어린이들의 인권이 짓밟히고 지옥을 맛보게 한 것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방이 된 후에도 이 시설은 그대로 정부에 의해 사용되어졌다는 점이다.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하에서 말이다.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이고, 기가 막힐 일인가. 하지만, 실제 역사 속에 있었던 일이다. 단지 그 자취를 지웠을 뿐. 지옥문을 닫기보다는 여전히 그 문을 활짝 열고 사용한 이들, 그 후예들이 역사 앞에 이 일에 대해 과연 어떤 자세를 보이고 있을지 궁금하다.

 

김영권 작가의 소설, 사라진 선감학원의 비극, 선감도는 바로 그 시설에서 벌어지는 지옥도를 보여주고 있다. 김영권 작가가 실제 피해자와의 인터뷰를 근거로 펼쳐 보인 지옥도. 그 지옥도를 들여다보는 것이 솔직히 기쁘지도 유쾌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들여다봐야만 한다. 진실을 알아야 하기에 말이다.

 

소설은 쉽게 잘 읽힌다. 물론, 분이 차오를 때가 많다는 단점이 있을 뿐. 우리 역사의 부끄럽고도 부끄러운 단면이다. 부랑아를 단속한다는 미명하에 벌어진 인권 착취의 현장,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알량한 권력의 악마성을 소설을 통해 만나게 된다. 물론, 여전히 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지만, 부디 앞으로는 이런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길 기도해본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이들이 이 소설을 읽었으면 좋겠다. 감추기보다는 드러내고 알아야 반성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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