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속의 죽음 - 을지문덕 탐정록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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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작가의 신작 추리소설이 나왔다. 무덤 속의 죽음이란 제목으로 전작 온달장군 살인사건다음 이야기다. 전작을 읽진 못했지만, 책을 읽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별개의 사건에 대한 을지문덕 탐정의 활약을 그려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이야기는 전작에서 죽은 온달장군의 무덤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온달장군 무덤 속에 사신도 벽화를 그리기 위해 홀로 들어가 작업을 하던 당대의 최고 화공인 거타지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검시 결과 거타지는 독살되었다. 물론, 손에 화상을 입은 흔적과 함께 독살된 거타지. 그 범인으로 거타지의 문하생인 담징이 지목된다. 바로 스승의 물감을 담징이 담당했다는 이유에서다(물감에 독을 탔음이 밝혀진다.). 범인으로 몰린 담징은 억울하다며 을지문덕을 불러 달라 요청하게 되고, 을지문덕에게 감정이 있던 연태조(연개소문의 아버지로 귀족인 연씨가문의 수장)는 오히려 을지문덕의 이름을 듣자마자 담징을 가두고 처형하려 한다.

 

이에 을지문덕은 자신이 진범을 잡을 테니 담징을 놓아 달라 요청하게 되고, 이렇게 5일간의 말미를 얻게 된다. 과연 을지문덕은 5일 만에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까?

 

그런데, 어째 소설의 부제가 을지문덕 탐정록인데, 사건을 좇아가는 을지문덕,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계속 헛다리만 짚는 것 같은 느낌. 그렇다고 을지문덕의 캐릭터가 허당 캐릭터도 아닌 진중한 캐릭터인데 어째 허당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드는 건 왜일까?

 

아무튼 소설은 과연 누가 거장 화공인 거타지를 죽였는지 그 범인을 밝혀나가는 여정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정작 범인이 누구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거타지를 스승으로 둔 제자들은 모두 거타지를 죽이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스승에 대한 미움과 증오로 인해, 누군가는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고, 자신의 이름을 지켜내기 위해, 또 누군가는 동료에게 향한 스승의 시선에 대한 질투로 인해, 등등 모든 제자들은 거타지에 대한 살의를 품고 있다.

 

그래서 더욱 범인이 누구일지 오리무중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살의를 품고 있던 모두가 결국 범인이라 해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범인이 누구냐 보다는 왜 죽였느냐 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사실 거타지의 제자들은 모두 잠재적 살인자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범인이 누구냐는 문제를 작가는 놓지 않고 가져간다. 이는 라는 1인칭시점으로 서술되는 부분에서 더욱 그렇다. 범인은 라는 1인칭시점으로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해 회상하기도 하고, ‘라는 시점으로 서술되기도 한다. 그런데, 요 부분이 독자를 속이려는 작가의 트릭이다. ‘가 한 사람이 아니니 말이다(솔직히 이건 반칙이다.). 그러니 작가는 여전히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끈을 놓고 있지 않은 셈이다.

 

아무튼 범인이 누구인지를 끝끝내 끌고 가지만, 또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림에 대한 자세다. 아니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무덤에 그려진 벽화가 갖는 의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끊임없이 충돌시키며 여기에 대해 이런저런 작가의 말을 들려준다. 특히, 사신도와 풍속도는 사후 세계관의 차이로 접근하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아울러 작가는 작심한 듯 멋진 문구들을 곳곳에 포진시킨다. 봐라! 내가 이렇게 멋진 문구들을 적어놓았다 하듯. 물론, 때론 너무 멋진 척하는 대사들이 오히려 닭살을 돋게 했지만. 그럼에도 이런 멋진 문구들을 만나는 것 역시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아무래도 전작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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