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잊지 않을게 책꿈 4
A. F. 해럴드 지음, 에밀리 그래빗 그림,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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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 스틱스 강을 건넜던 오르페우스처럼 여기 사랑하는 친구를 다시 살려내기 위해 특별한 을 건넌 소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널 잊지 않을게란 제목의 동화인데, 이 작품을 쓴 작가의 전작 세상에 없지만 완벽한 상상 친구를 인상 깊게 읽었던 저에겐 설렘과 기대 속에 책장을 펼치게 한 작품입니다.

 

디셈버는 어느 날 절친 해피니스의 갑작스런 죽음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해피니스가 그렇게 허망하고 갑작스럽게 죽게 되다니 말입니다. 그런 디셈버는 우연히 또 다른 세상, 흑백의 세상을 엿보게 됩니다. 흑백의 세상, 생명의 기운이 모두 빨려 나간 것 같은 흑백의 세상을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그곳 흑백의 세상은 죽은 자들이 잠시 머무는 세상입니다.

 

그레이엄 삼촌을 통해, 그곳을 알게 되었고, 그곳으로 가는 지도를 갖게 된 디셈버는 다시 그곳으로 향하게 됩니다. 절친 해피니스를 데려오기 위해 말입니다. 그러나 그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미 죽음을 맛본 해피니스는 돌아가려는 의지가 없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한 영혼을 데려오려면 이 땅에 있는 한 영혼을 데려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랬기에 삼촌은 자신의 개를 살려내기 위해 디셈버를 그곳을 보내버렸던 겁니다.

 

아직 살아 있는 자로서 그곳 흑백의 세상을 찾아간 디셈버는 해피니스를 데려가기 위해선 한 영혼이 필요합니다. 누구를 데려와야 할까? 삼촌을 데려오면 될까? 아님 자신을 희생해야 할까? 여기에서 우린 놀라운 희생을 보게 됩니다. 사랑하는 친구를 살려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그 귀한 모습을 말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 희생이 의미 있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들었답니다. 삶의 의지를 이미 상실한 친구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는 것이 정말 의미 있고 고귀한 모습인 걸까요? 아무리 희생이란 개념이 귀한 것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이의 절망으로부터 동화는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보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희망 없는 공간인 흑백의 세상 속에서 말입니다. 그리곤 용감하게 그 흑백의 세상 속으로 뛰어들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실체로 만들기 위한 용기를 발휘한 겁니다. 하지만, 그 용기 가득한 모험은 절반의 성공, 아니 절반의 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희망을 상실한 자를 살려내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가운데서 주인공은 너무나도 귀한(?) 결정을 하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누군가를 살려내려는 그런 결정을 말입니다.

 

하지만, 결국 동화는 희생이 아닌 기억으로 끝을 맺습니다. 죽음으로 갈라진 세상, 결코 깨버릴 수 없는 그 간격을 매울 수 있는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를 잊지 않는 것이랍니다. 기억함으로 그 사람은 이미 곁에 없지만, 사라지지 않고 버려지지 않고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살아나게 하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안타깝기도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다행이다 싶기도 했답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힘겹습니다. 견딜 수 없는 절망을 낳기도 합니다. 때론 이를 돌이키기 위해 엄청난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순간을 뒤로 하고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만 합니다. 어쩌면 동화는 이것 역시 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동화의 처음 시작은 이미 할머니가 된 디셈버가 어린 시절로의 기억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하니 말입니다. 기억하되, 그 기억 속에 함몰되어 내 삶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되,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 필요함을 말입니다.

 

동화는 이처럼 죽음 앞에 우리가 보일 자세는 결국엔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임을 이야기해 주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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