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 꿈꾸는돌 22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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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딱딱함이 느껴지는 제목,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이란 제목의 청소년소설을 만났다. 이 소설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첫 느낌은 어쩐지 먹먹함이 느껴질 것 같으면서도 딱딱한 전개가 그려졌다. 아마도 과학이란 단어가 주는 선입견 때문에 딱딱함이 느껴졌으리라. 이러한 첫 느낌 내지 선입견은 소설을 읽어가는 가운데 일정부분 들어맞기도 하고, 또한 일정부분 전혀 다름을 알게 된다.

 

소설은 내털리라는 중학생 소녀가 겪는 가정 문제를 과학적 탐구과정에 빗대어 성찰되어지며 치유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시작은 내털리 엄마의 깨진 삶에서 연유한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엄마 아닌 존재가 되어 버린 것. 의욕적으로 식물을 연구하던 엄마가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그로 인해 한 참 깨지기 쉬운 나이의 주인공 내털리는 엄마를 다시 엄마 되게 하려 애를 쓰지만 그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한편 학교 선생님인 닐리 선생님은 과학적 탐구과정에 대한 숙제를 내주게 되는데, 내털리는 무슨 주제를 정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예전의 엄마였다면 이런저런 도움을 줬으련만 지금의 엄마에게 그런 기대는 할 수도 없다. 이렇게 과제가 막막하기만 한 내털리에게 닐리 선생님은 달걀 떨어뜨리기 대회참석을 권유하게 되고 내털리는 상금에 눈이 멀어 덜컥 이 대회를 준비하기에 이른다. 자신의 절친 트위그와 함께 말이다(나중엔 학교 범생이자 인도혈통 이민자 소년인 다리가 함께 한 팀을 이루게 된다.).

 

쉽게 깨지게 마련인 달걀을 3층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이 대회의 과제다. 이를 통해 소설은 깨지기 쉬운 것들을 깨뜨리지 않게 하는 방법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그런데 달걀만 쉽게 깨지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어쩌면 더 쉽게 깨진다. 내털리의 엄마가 지금 그런 상태다. 그러니 내털리의 엄마 마음이 산산조각 나지 않게 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달걀대회가 아무런 노력 없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 걸까?

 

달걀대회에 참석하는 내털리와 트위그, 그리고 다리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연구하고 탐구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이 깨지지 않게 하는데 역시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두려워한다면, 그래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달걀이 깨지듯 우리의 마음도 깨지게 될 것이다. 소설은 그런 측면에서 삶을 회복시키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피력하고 있다.

 

솔직히 나탈리의 엄마가 마음이 깨져가는 그 이유가 조금은 억지스럽단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돌아보면, 우리 인간은 생각보다 약하기 때문에 남들이 볼 땐 아무렇지도 않은 이유가 그 사람에게 절실하고 심각한 문제를 초래함도 사실이다. 어쩌면 작가는 우리 인간은 이처럼 깨지기 쉬운 존재라는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그러니 우린 수많은 관계 속에서 더 조심하고 노력해야 함을, 그럴 때, 깨지기 쉬운 것들이 깨지지 않고 안전할 수 있음을 말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우린 생각보다 더 강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소설 속 주인공 내털리가 참 대견스럽다. 사실, 내털리의 나이는 아무런 이유 없이도 쉬이 깨질 수 있는 그런 나이인데, 도리어 엄마의 깨짐을 안타까워하고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 단단함이 엿보이니 말이다. 물론 그 나이또래의 고민이 있고, 힘겨움이 있어 쉬이 깨질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단단하게 삶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 예쁘다.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자신들 앞에 놓인 문제들을 헤쳐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때론 깨져버릴 것처럼 힘겨운 순간들이 다가올지라도 말이다.

 

여기에 소설은 성장소설답게(?) 친구간의 우정과 관계에 대해서도 보여준다. 어쩌면 깨지기 쉬운 달걀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많은 완충제가 필요한 것처럼, 이런 우정이야말로 깨지기 쉬운 청소년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완충제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더불어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작가의 정체성 고민이 소설 속 주인공 내털리에게도 투영되기도 한다(내털리는 친할머니가 한국인으로 한국인 피가 흐르는 소녀다.).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 이 소설을 읽는 가운데 함께 아프기도 하고, 함께 절망 앞에 서기도 하지만, 결국은 이겨내는 그 힘을 조금은 공급받은 것만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오늘 우리들 역시 분명 깨지기 쉬운 존재들이지만, 쉬이 깨지지 않고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의 앞날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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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2020-06-06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성해주신 글을 읽으니 읽고싶어지는 책이네요^^ㅎㅎ 어렸을 때 성장소설을 많이 안읽었는데 다 커서 읽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