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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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무라 교타로란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처음엔 이 작가가 신진 작가인줄 알았다. 그런데, 1930년 생으로 90세를 넘긴 노작가였다. 지금까지 600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한 작가, 지금도 여전히 집필활동을 하는 노작가, 도합 2억 부 이상의 책을 출간한 노작가, 그래서 일본 국민추리소설가라 불리는 작가였다니. 일본은 추리소설 작가 층이 참 탄탄하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아무튼 그런 작가의 1971년 작품이 바로 이번에 출간된 살인의 쌍곡선이란 작품이다. 쌍곡선이란 제목처럼, 소설의 줄거리는 두 개의 사건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도쿄에서 벌어진 연쇄강도사건, 그리고 한적한 시골 외딴 호텔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이 그것이다.

 

작가는 소설을 시작하기 전 이 소설은 쌍둥이 트릭이 사용되고 있음을 미리 밝힌다. 어쩌면 이 밝힘이 또 하나의 트릭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눈에 훤히 보이는 쌍둥이들이 계속하여 활약을 하고 있기에 또 다른 쪽에서 쌍둥이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할지 눈에 보이는 쌍둥이들이 계속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도쿄에서 연쇄 강도사건이 벌어지는데, 놀랍게도 범인은 자신의 얼굴을 보란 듯 드러낸다. 그것도 유독 밝은 곳에 서 있음으로 더욱 또렷하게 자신의 얼굴을 각인시키고, 대신 장갑을 착용한 복장으로 지문만은 철저하게 방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해서 범인이 잡히고 마는데, 놀랍게도 몽타주와 일치하는 범인은 하나가 아니었다. 목격자들이 모두 범인이라 확신하고 지목했지만, 그와 똑같이 생긴 쌍둥이의 등장에 과연 범인이 누구인지 오리무중. 분명 둘 중 하나, 아니면 둘 다 범인임에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범인을 지목할 수 없다는 맹점에 이 둘은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가며 형사들을 조롱하듯 범행을 저지르곤 한다. 또한 보란 듯이 형사들을 조롱하기도 하고.

 

한편, 이와 함께 한적한 시골 호텔에서 날라 온 초청장에 의해 여섯 명의 승객이 한적한 호텔에 투숙하게 되고, 호텔은 많은 눈 아래 고립되고 만다. 역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기에 딱 맞는 조건(클로즈드 서클)이 형성된 후, 호텔에 있던 이들이 하나하나 희생자가 되고 만다. 그 사건의 현장엔 카드 하나가 놓이게 되는데, 카드엔 이상한 기호와 함께 이렇게 첫 번째 복수가 이뤄졌다.”라는 문구가 적힌다. 두 번째 세 번째 거듭되는 사건과 카드에 쓰인 복수가 이뤄졌다는 문구. 여기에 호텔 볼링장에 있던 9개의 볼링핀(처음부터 9개의 볼링핀이었다.)이 사건과 함께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는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 실제 호텔에 있는 사람은 호텔 주인까지 해서 기껏 7명에 불과한데.

 

소설을 읽는 내내 두 개의 사건(도쿄에서 일어나는 연쇄강도사건, 한적한 호텔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이 과연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궁금했다. 도저히 연결될 것 같지 않은 별개의 두 사건. 그래서 혹 시간차 트릭으로 독자들을 작심하고 속이는 건가 의심하기도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또한 범인은 과연 누구일지 역시 궁금했다.

 

다소 상관없는 것만 같은 두 개의 사건이 쌍곡선을 이루며 진행되기에 이 부분이 조금은 불만이었지만, 그럼에도 두 사건(연쇄강도사건, 연쇄살인사건)은 각기 지루할 틈 없이 긴박하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게다가 이 둘은 결국엔 하나의 사건이었음이 드러나게 될 때, 그 촘촘한 전개에 탄복하게 된다.

 

이 소설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뛰어넘는 본격추리소설이다. 본격추리소설의 고유한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추리소설이기에 본격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너무나도 고마운 선물과 같은 작품이 될 것이다.

 

게다가 소설이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 역시 있다. 마땅히 해야만 하는 옳은 일을 하지 않는 것, 그것 자체가 하나의 범죄임을 부르짖는 묵직한 메시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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