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11살 마모루는 이상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아니 이상한 <학교>에서 기숙하며 생활한다. 병원을 개조하여 만든 학교이기에 각 방마다 욕실을 갖추고 있는 시설인 학교엔 전교생 6명이 교장선생님, 사감선생님, 그리고 급식 담당 아주머니와 함께 기숙하고 있다.

 

학교 뒤편 담장 밖 늪엔 악어들을 사육하고 있는 학교, 가까운 마을에 가려면 차로 반나절 넘게 가야만 하는 외딴 곳에 있는 이상한 학교, 그곳에 있는 또래 아이들은 다국적 학생들이다. 오전엔 평범한 수업을, 그리고 오후시간엔 각종 추리문제를 조별로 토의하는 독특한 커리큘럼을 가진 학교.

 

마치 노인들이 먹을 것만 같은 맛없는 음식만을 제외한다면 그리 큰 불만은 없는 학교. 하지만, 그곳에 새로운 전학생이 들어오며 학교는 이상한 광기에 휩쓸리게 된다. ‘인 마모루보다 먼저 왔던 학생들의 표현대로라면, 학교에 살고 있는 괴상한 존재인 그것이 깨어났다는 것.

 

정말 그런 걸까? 전학생이 곧바로 사라지고, 학생들 하나하나가 희생되기 시작한다. 범인은 누구일까? 아이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갈고 닦은 추리솜씨로 이곳 학교가 어떤 곳인지, 그리고 범인은 누구인지를 추리해나가지만, 결국 학교는 광기에 휩쓸려 붕괴되고 만다. 학교에 사는 괴이한 존재 그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곳 <학교>의 정체는 무엇일까?

 

역시 이번 소설 역시 니시자와 야스히코 작품다운 느낌이 가득하다. 예를 든다면 등장인물들이 논리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진행시켜 나가는 공상과 추리의 향연이 말이다. 물론, 그전에 읽었던 작품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학교>라는 공간의 정체에 있다. 사실 작가는 이곳의 정체를 미리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었다. 단지 처음 소설을 읽으면서는 그저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게 될 뿐. 소설을 다 읽고 나니 마모루가 아침에 세수를 하며 느꼈던 느낌이 왜 그랬던 건지를 알겠다.

 

벽에 걸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었다. 물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마치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낯익은 얼굴이다. 11년 동안 계속 보아온 친숙한 얼굴.... 일 텐데 오늘 아침은 갑자기 기묘한 망상에 사로잡혔다. 거울 속 얼굴이 어쩐지 내 얼굴이 아닌 것 같았다.(13)

 

정말 그랬던 거다. 자신이 알고 있는 얼굴과는 다른 얼굴이 거울 속에 비춰지고 있었던 것. 거울 속 존재는 누구일까? 묘한 느낌의 괴기 호러소설 분위기를 소설은 풍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그 설정 하나가 이런 괴기 분위기를 느끼게 할 뿐.

 

<학교>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의 존재가 트릭의 결정판이다. 이 트릭이 벗겨지는 순간 허탈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다가 이런 짓을 저지른 이들을 향해선 분노가,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갔던 학생들을 생각하면 먹먹해지기도. 그리고 살짝 애틋하기도 하다. 이 트릭이야말로 작가가 작심하고 준비한 한 방이다. 이 한 방에 크게 휘청거리게 된다면 이 소설을 재미나게 잘 읽은 것이 되리라.

 

소설의 마지막은 먹먹하다. 또한 여전히 확실한 기억이란 게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기억이라는 점이 가슴 뭉클하기도 하고. 작가의 작품을 이번으로 여섯 권 째 읽었는데, 비슷한 느낌이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들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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