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유성의 인연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평점 :
2009년에 출간되었던 『유성의 인연』이 금번 2020년에 새로운 옷으로 개정판이 나왔다. 두 권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2008년 작품이다. 소개글을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감동소설’의 원조격인 작품이라는 말에 기대감을 품고 책장을 펼쳐본다.
소설은 조그만 양식당 집 삼남매가 유성을 보기 위해 밤늦은 시간 부모님 몰래 집을 빠져 나감으로 시작된다. 궂은 날씨로 인해 유성은 보질 못하고 되돌아온 남매를 기다리던 건 누군가에게 참혹하게 살해된 부모님의 시신뿐이다. 둘째인 다이스케는 집 뒷문으로 누군가 급히 나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를 근거로 몽타주를 작성하고 범인을 쫓지만, 수사엔 아무런 진전도 없이 시간은 흘러 사건의 공소시효를 얼마 앞둔 시점까지 이르게 된다.
유성처럼 순식간에 흘러버린 시간, 이제 성인이 된 삼남매는 사기꾼 팀이 되어 있다. 큰 오빠 고이치는 작업을 걸 상대를 모색하고 어떤 식으로 사기를 칠지 촘촘한 시나리오를 짜는 역할, 막내인 시즈나는 미인계를 통해 남성들을 홀리는 역할, 여기에 둘째 오빠 다이스케는 마치 명 연기자처럼 주어진 신분에 그대로 녹아든 존재감으로 시즈나를 지원사격하는 역할로 그들의 사기 행각은 거듭 성공을 거두곤 한다.
그런 그들이 마지막 작업으로 큰 건수를 기획하게 되고,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잘 나가는 양식당 사장의 아들 유키나리를 그 타깃으로 삼고 작업에 들어가게 되는데, 유키나리의 식당에서 놀랍게도 죽은 아버지만의 그 맛과 똑같은 하이라이스를 만나게 된다. 결코 같은 맛이 나올 수 없는 이 맛을 내는 식당이라니. 게다가 유키나리의 아버지를 슬쩍 본 다이스케는 자신이 목격했던 그 범인임을 확신하게 된다. 이에 삼남매는 작업의 방향을 전환하여 유키나리가 범인임을 드러내는 증거조작 작전에 돌입하게 되는데, 과연 이들의 작전은 성공함으로 범인을 증명해 낼 수 있을까?
그동안 자신들의 시나리오와 작업으로 모든 것들을 착착 진행시켜 나가던 이들의 마지막이자 일생일대의 최대 숙원인 범인을 밝혀내는 삼남매의 작전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게 되는 건 시즈나가 사랑에 빠진 것, 그것도 범인으로 의심되는 이의 아들 유키나리와 말이다. 과연 이들의 사랑, 이대로 놔둬도 되는 걸까? 과연 시즈나는 이 사랑을 이어나가야 하는 걸까? 아님, 수많은 남성들을 그저 작업의 상대로만 여기던 때처럼 과감히 떨쳐버려야 하는 걸까?
범행의 피해자들이지만, 이들이 또 다른 가해자의 모습으로 변신함으로 여기에서 오는 긴장감을 소설은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 더하여 완전 범죄를 행한 줄 알았던 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시즈나를 발견하게 됨으로 여기에서 오는 긴장감도 소설을 더욱 스릴 있게 만든다. 또한 형사들과 피해자 유족으로서의 관계가 이어지는데서 오는 긴장감도 그 재미에 한 몫 한다. 시즈나와 진범 용의자 아들 유키나리 간에 펼쳐지는 예기치 않았던 운명적 사랑 역시 이런 긴장감을 높여주고 말이다.
또한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인연’ 내지 사건의 진상으로 접근하게 되는 단서로서 유성, 하이라이스 고유의 맛, 도박, 수술자금 등이 사건들의 진상을 조금씩 밝혀줄 단서로서 적제적소에서 빛을 발한다.
피해자인 아버지만의 고유한 하이라이스 맛은 사건을 풀어나가는 귀중한 단서가 될뿐더러, 이들 삼 남매(사실 두 형제와 여동생 간은 전혀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이나 마찬가지일뿐더러 실제 법적으로도 남남이다.)를 한 가족으로 맺어주는 인연의 끈끈한 맛이 되고 있음도 묘한 감흥을 준다.
여기에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무의미한 행동조차 소설 말미에서는 사건의 진상으로 접근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음을 볼 때,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