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지 못한 사람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입주자를 찾지 못해 빈집으로 방치된 연립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에 집안을 들여다보니, 빈집에서 한 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사지가 묶인 채 검정 테이프로 입을 틀어 막혀 굶어 죽은 한 구의 시체가. 그런데, 그 희생자는 놀랍게도 보건복지사무소 중견 공무원이었다. 주변의 평가로는 착실함과 성실, 선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사람, 어느 누구도 나쁜 평가를 하지 않는 선량한 시민. 과연 누가 이토록 선량한 사람을 끔찍하게 살해한 것일까?

 

그 뒤 또 한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이번엔 지방의회 의원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한 점의 흠조차 찾을 수 없는 인격자. 그 역시 사지가 묶인 채 검정 테이프로 입이 막힌 채 굶어 죽었다.

 

아무리 봐도 연쇄살인처럼 느껴지는데, 이 두 사람의 접점은 무엇일까? 사건을 쫓아가는 경찰청 수사1과 도마시노 세이치로, 그리고 그의 후배 형사 하스다, 이 둘이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추리해나간다.

 

결국 두 형사는 이 두 피해자의 접점을 찾아내게 되고, 용의자 역시 좁혀가게 된다. 물론, 독자는 진작 용의자의 정체를 알 수 있다. 이는 작가가 친절하게 독자에게 알려주기 때문. 그런데, 정말 그럴까? “반전의 제왕이라 불리는 나카야마 시치리 답게 마지막 소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반전은 소설의 첫 페이지를 읽으며 들었던 위화감으로, 소설이 진행될수록 내내 찝찝한 느낌을 갖게 했던 부분인데, 결국엔 반전으로 드러나게 되어 역시 그랬구나 싶은 반전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사실 범인이 누구인지는 그리 중요하진 않다(물론, 작가는 그럼에도 소소한 작업을 걸어놨지만 말이다.). 소설의 중요한 점은 작가가 던지는 질문이다. 과연 사회복지 제도가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가? 아니 그 속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공무원들이 제도나 법의 취지 그대로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있긴 한 걸까? 아님 꽉 막힌 관료주의를 가지고 자신들의 업무 그 편리성만을 추구함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는 보이지 않는 살인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관청에 앉아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간단하게 기각하는 그들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당사자들의 딱한 사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자가 없다면, 그들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자들인가?

 

솔직히 1장을 읽을 때만 하더라도 별로다 싶은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2장을 읽어가며, 그리고 점점 뒤로 갈수록 이 책, 그동안 내가 읽었던 작가의 작품들 가운데 수작으로 뽑을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을 해본다.

 

작가의 작품은 거의 모두 읽었다. 작가의 작품이 주는 소소한 또 하나의 재미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다른 작품(시리즈가 아닌 전혀 다른 시리즈에서도) 속에 교차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등장인물이 반복되었을까를 찾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잘 모르겠다. 솔직히 이제 20권 가까이 작가의 작품들을 읽다보니 하나하나 작품 속 인물을 기억하는 데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암튼 이 책은 사회파미스터리 소설로서 묵직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지만, 단지 무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흥미진진할뿐더러, 건강한 분노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고, 게다가 묘한 감동까지 선사하는 소설이다.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 나카야마 시치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읽고 후회하지 않을 소설이다. 뿐 아니라 사회복지 관련 공무원들이 꼭 한 번 읽고 큰 도전을 받았으면 싶은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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