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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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히가시노 게이고 광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작품을 50편 넘게 읽었으니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어떤 분들은 그가 다작작가라 하여 그의 작품을 폄하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글쎄, 내 생각엔 그의 작품들은 일단 흡입력이 좋아 재미나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이 재미에서만 멈추는 것도 아니다. 본격추리소설은 본격추리소설대로, 사회파는 사회파대로, 감동소설은 감동소설 대로 특별한 느낌이 있다.

 

이번에 작가의 또 하나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환야라는 작품으로 2004년 작품인데, 도서출판 재인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환야는 많은 분들이 백야행과 연관하여 생각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비슷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어서겠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콤비가 끊임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 그리고 그 둘이 어느 한쪽만의 일방적 희생이 강요된다는 점,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답지 않게 성행위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한다는 점도 백야행과 비슷하다.

 

무엇보다 비슷한 건 여인에게 끊임없이 이용당하면서도 끝내 기꺼이 희생되는 바보 같은 모습이겠다. 끝없는 헌신이란 부분에서는 용의자 X의 헌신과도 비슷하다 말할 수 있지만, 느낌은 전혀 다르다. 백야행에서 악마를 탄생시킨 못자리가 어린이들을 향해 쏟아졌던 또 다른 악마성이었다면, 환야에서 악마를 탄생시키는 못자리는 경제적 침체가 그 배경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여기에 끝없는 탐욕이 그 악마를 탄생시키지만 말이다.

 

소설을 통해, 정말 못된 악녀를 만나게 된다. 이 여인이 바로 아카무라 미후유란 여인이다. 이 여인은 끝끝내 한 사내의 영혼을 얽어매며 노예로 삼고 있다. 그녀의 속삭임은 치명적이다. 어쩌면 이브의 속삭임이 이와 같았을까?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 마사야는 이 여인의 속삭임에 기꺼이 자신의 영혼을 속박시킨다. 이 여인이 자신을 어떻게 이용해먹었는지를 깨닫게 된 순간까지도. 어쩜 이렇게 한 영혼을 속박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기꺼이 속박당하는 것이 과연 사랑인가? 아님 이걸 지고지순한 희생, 헌신이라고 해야 할까? 모를 일이다. 솔직히 마지막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할지라도 아무런 소용없지만 말이다. 적어도 못된 악녀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항변이라도 해봤어야 하는 것 아닐까?

 

소설 속엔 두 가지 큰 사건이 배경이 되고 있다. 바로 1995년 일본을 뒤흔든 두 가지 사건이. 고베 대지진 사건과 도쿄 지하철 사린 독가스 사건이 그것이다. 대지진은 여러 미스터리 소설 속에서 하나의 트릭을 제공하는 사건이 되기도 하는데, 환야역시 마찬가지다.

 

제목이 왜 환야일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소설을 읽고 나면 자연스레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미후유의 꼭두각시가 되어 미후유의 욕망을 위해, 그녀의 과거를 감추기 위해 많은 범죄를 저지르는 마사야. 그는 둘이 함께 행복할 밤을 꿈꾼다(행복한 낮은 언감생심, 행복한 밤을 꿈꾼다는 점에서는 소박하다고 해야 할까, 처절한 소망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것은 분명 환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마사야는 기꺼이 미후유의 뜻에 따라 조종되어진다. 설령 그녀와의 밤이 환상에 불과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환상은 마사야에게는 미후유와 자신만의 세상이니까. 이걸 아름답다 말하고 싶진 않다. 솔직히 바보 같다.

 

그럼에도 소설은 재미있다. 두툼한 두 권의 책이 금세 넘어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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