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동물원 꿈꾸는돌 10
소냐 하트넷 지음, 고수미 옮김 / 돌베개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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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어린 남매 집시들이 한밤의 동물원에 도착했습니다. 어린 집시들은 왜 부모님과 떨어져 그들만의 여행을 하고 있는 걸까요? 아무튼 그들이 도착한 동물원엔 벌써 오랫동안 갇혀 있던 동물들과 그들을 평화롭게 비추는 시리도록 아름다운 달빛만이 가득합니다. 청소년 소설, 한밤의 동물원이곳 동물원에서 그 밤에 이루어지는 것들을 아프게 묘사하고 있는 청소년 소설입니다.

 

한밤의 동물원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땅 위에서 어린 아이들과 동물들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마음을 나누느냐고요? 한밤의 동물원, 그곳에선 인간과 동물이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답니다. 어찌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묻지 말자고요. 중요한 건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의 내용이니 말입니다.

 

한밤의 동물원 위로는 너무나도 평화로운 달빛이 쏟아집니다. 마치 고운 수정가루와 같은 달빛이 쏟아지는 평화로운 풍경. 하지만, 결코 평화롭지 않은 세상이 대비되어 마음 아픈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전쟁의 악마성입니다.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생각에서라고 소설은 말합입니다. 특히, 힘을 가진 이들이 내 마음대로 하게 될 때,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게 되죠. 그 끔찍한 일의 최고봉은 전쟁이고 말입니다.

 

이런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들만이 천우신조로 살아나 정처 없이 떠돌다 도착한 한밤의 동물원, 그곳은 다른 곳들과는 달리 폭탄의 피해를 입지 않아 온전히 보존된 공간입니다. 하지만, 우리에 갇힌 동물들을 돌보는 사람이 없음이야말로 동물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피해죠. 먹을 것 없이 갇혀 있기만 한 동물들과 가족을 잃고 정처 없이 떠도는 어린 집시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아리게 만듭니다.

 

이들의 대화는 사실 재미나진 않습니다. 다시 말해 소설은 솔직히 재미난 소설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대화를 통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동물원이라는 장소로 인해 동물원의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과연 동물원이 필요한가부터 시작하여, 동물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혹 자유가 아닌가? 등등.

 

자유로운 것은 자랑스러운 것이었다. 그건 동물이 가진 것 가운데 사람이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 동물원 동물들은 자유롭지 못했다. 먼지가 이 동물들보다 자유로웠다.(107)

 

자유롭게 살아야 할 동물들이 자유를 억압당한 채 살아야만 하는 부조리한 모습의 동물원(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설이 동물원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보이는 건 아닙니다. 이곳에 오게 된 동물들은 모두 사연이 있거든요. 이는 동물원의 또 다른 긍정적 요소로 흐르고요.). 하지만, 태어나 한 번도 자유를 누려보지 못한 그곳의 독수리는 여전히 하늘을 나는 꿈을 꾸죠.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존재의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자유를 꿈꾸며, 소망하는 삶 말입니다.

 

반면, 집시 아이들은 자유롭게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 역시 자유를 빼앗긴 채 반쪽의 자유만을 누리고 있답니다. 전쟁을 통해, 아이들은 기존에 갖고 있던 가치와 신념마저 뒤집혀 버리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그들은 길을 찾아가죠. 그 길 끝에 도달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서로를 해치지 않는 세상 아닐까요? 집시 아이들과 동물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건 그들 사이에 서로를 침범할 수 없는 창살이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창살이 사라진다면? 아이들은 사자와 늑대 들의 야성을 두려워하죠. 그러나 결국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은 서로를 해치지 않는 세상이랍니다. 사람과 야수가 함께 뒹굴 수 있는, 서로를 해치지 않고, 도리어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그런 세상. 하지만, 그런 세상이 과연 존재할까요?

 

소설은 그런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우리의 가슴 속엔 그런 세상을 꿈꾸며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묻고 있답니다. 서로의 도움이 결국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거죠.

 

오랫동안 우리 안에 갇혀 지내던 동물들, 과연 그들에게 자유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그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요? 사실 그들은 주저할 수밖에 없답니다. 왜냐하면, 야성의 세상 속에서 스스로 자신을 돌볼 방법을 그들은 이미 잊었기 때문이랍니다. 그럼에도 그들을 구원하고 자유를 누리게 할 방법이 있다면? 그건 바로 서로를 돌보는 거죠. 과연 그런 이상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물론, 소설은 그 답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그 선택은 결국 우리들 독자들 각자의 삶속에서의 선택의 문제일 테니 말입니다.

 

가슴 시리도록 평화로운 한밤의 풍경, 하지만, 결코 평화롭지 못한 세상, 이 철저한 아이러니 안에서 오늘 우리 역시 살아가고 있겠죠. 그리고 매순간 선택하며 그 선택은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낳을 테고 말입니다. 그 선택과 결과는 평화를 향한 것들이 되기만을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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