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귀차가 달려간다 ㅣ 푸른사상 동시선 54
권지영 지음 / 푸른사상 / 2019년 9월
평점 :
동시는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세상의 무게가 힘들어질 때, 동시는 삶의 무게를 잊게 합니다. 어쩐지 세상의 부정적 요소에 함몰되어갈 때, 동시는 생기를 불어넣어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동시는 맑습니다. 그 맑은 기운이 영혼을 깨어나게 하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동시는 귀합니다.
여기 또 하나의 좋은 동시집이 있습니다. 권지영 작가의 『방귀차가 달려간다』란 제목의 동시집입니다. 제목부터 어쩐지 즐겁습니다. 그런데, 같은 제목의 동시는 즐겁기만 한건 아닙니다. 왠지 마스크를 찾아 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른이 짊어져야만 할 삶의 무게도 있고요. 그럼에도 어쩐지 삶의 무게를 견뎌내며 전진하는 힘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동시집 속의 동시들을 읽으며, 어른과 아이의 시선이 얼마나 다른지를 느껴봅니다. 특히, 월요일을 접하는 시선이 참 달라, 왠지 어른의 무게와 함께 반성을 해보기도 합니다. 새로운 시작의 순간이 항상 피하고만 싶고 무게만 느껴지는 삶으로 전락시키며 살고 있진 않은가 하는 반성 말입니다. 울 아들 녀석을 보니, 동시 속 아이의 심정에 동감하게 됩니다. 금요일이 다가오면, 이제 어린이집 안 간다고 좋아합니다. 그런데, 월요일이 다가오면 어린이집을 간다고 좋아하거든요. 일주일간 어린이집을 가는 게 아이도 힘들 겁니다. 하지만, 또 다시 어린이집에 가 친구들과 놀 것을 생각하면 월요일이 기다려지기도 하고요. 울 아들 녀석과 내가 동시 속에 있네요.
월요일, 회사로 나가는 아빠 곰은 / 느릿느릿 무거운 코끼리 // 월요일, 학교로 가는 아기 곰은 / 총총총 가벼운 토끼 // 월요일, 집으로 오시는 아빠 곰은 / 아, 드디어 집이다! // 월요일, 집으로 오는 아기 곰은 / 아, 더 놀다 가면 안 돼요? // 일주일치 피로를 끌고 온 아빠 곰 / 오자마자 소파와 한 몸이 되고 // 일주일치 재미를 안고 온 아기 곰 / 오자마자 온 집 안이 놀이터가 된다.
<아빠곰과 나> 전문
가방 메고 신호등 앞에서 만나는 친구 / 교문 앞에서 마주치는 같은 반 친구들 / 늘 똑같은 얘기에도 늘 재미있고 / 늘 만나는 얼굴도 늘 반가운 / 이상하게 모두가 더 새로운 월요일 아침
<월요일 아침> 전문
우리 아이들이 지금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언제나 즐거운 날을 보낼 수 있길 기도해봅니다.
아! 이 구절이 계속 마음에 남았답니다. 그래서 옮겨 봅니다.
아무도 안 보는 사이 / 어둠을 먹고 / 온 힘을 다해 / 훌쩍 자란다
<콩나물시루> 일부
어쩐지, 힘겨운 순간에도 기운을 차리라고, 어려운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어도 포기하지 말라고 외치는 것만 같아, 가슴에 품어보게 되는 시구입니다. 이제 또 다시 삶 속에 우리들의 방귀차는 달려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