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대통령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63
사라 카노 지음, 에우헤니아 아발로스 그림, 나윤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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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재미난 소설로 청소년들의 정서를 책임져 주는 시리즈 <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시리즈 >에서 63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이번 소설의 제목은 어쩌다 대통령입니다. 소설 제목 그대로 소설의 주인공이 어쩌다 그만 대통령이 되어 버립니다.

 

소설의 배경은 자작나무 외에는 자랑할 것이 없는 조그만 나라 베툴리아라는 가상의 국가입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마르타 차크라스가 주인공이랍니다. 특별한 것이 없는 평범한 10대 중학생 소녀죠. 아니 특별한 것이 있다면 마르타의 엄마가 유독 자작나무 숲을 사랑하는 분이랍니다. 삶 속에서 지속적인 환경 보존을 실천하는 분이죠. 어쩌면 이런 가정환경이 마르타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마는 않은 소녀임을 보여줍니다.

 

그런 마르타에겐 너무나도 보기 싫은 존재가 있답니다. 바로 헥토르 루피안 주니어라는 녀석으로 이 녀석의 배경이 어마어마하답니다. 베툴리아에 민주주의가 들어선 후 150여 년 동안 바로 이 루피안 가문에서 대를 이어가며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답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배경을 바탕으로 제멋대로 구는 못된 녀석이 바로 헥토르 루피안 주니어랍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도 요 녀석의 아버지 헥토르 루피안은 대통령 후보로 나왔답니다. 그 외 여러 후보들이 나왔지만, 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인물들뿐이어서 국민들은 루피안 대통령을 미워하고 싫어하면서도 여전히 찍어줄 수밖에 없는 분위기랍니다.

 

문제는 헥토르 루피안 주니어랍니다. 요 녀석도 아버지의 배경을 등에 업고 학교 회장에 출마했답니다. 물론, 이 어마어마한 못된 녀석에 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아무도 출마하지 않아 단독 후보랍니다. 그런데, 헥토르 루피안 주니어가 회장이 되면 마르타의 엄마를 학교 미술 교사에서 자르겠다고 말합니다. 이에 마르타는 엄마를 지키기 위해 회장 후보로 출마하게 된답니다. 그리고 자신의 후보 투표지를 인쇄소에서 인쇄하죠.

 

여기에서부터 엄청난 일이 시작됩니다. 마르타가 그만 실수로 투표용지를 100장을 누른다는 것이 100만장의 투표용지를 인쇄해 버렸고, 그 인쇄용지를 재활용지로 분리수거하여 넣었는데, 그 상자가 바로 대통령 투표함이었답니다. 마르타가 인쇄한 인쇄소는 대통령 후보 투표용지를 인쇄하는 지정 인쇄소였고요.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 버린 마르타.

 

낡은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은 갑자기 나타난 신선한 얼굴에 너도나도 찍어주게 되고, 마르타는 덜컥 대통령이 되어 버립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베툴리아의 헌법 덕분에 마르타는 10대 소녀, 중학생 신분으로 대통령이 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대통령이 된 마르타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싶어도 100일간은 의무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해야만 한답니다.

 

이렇게 시작된 마르타의 대통령 직, 놀랍게도 그는 팡팡 튀는 10대의 발상으로 신선한 정치 바람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런데, 이 바람이 얼마나 갈까요? 뒤로 물러난 못된 대통령 헥토르 루피안 전 대통령이 이대로 가만히 물러난 걸까요?

 

10대 소녀가 어쩌다 그만 대통령이 된다는 발상에서부터 시작된 소설, 참 재미나네요. 무엇보다 낡은 정치를 바라보는 10대의 시선(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고 마땅한 생각)이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는다는 것이 통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답니다. 어쩌면 우리의 정치 역시 상식이 통하지 않는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고요.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에게 권력이 주어졌을 때, 어떤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지를 소설은 보여준답니다. 그렇습니다. 정말 못된 사람들에게 권력이 주어지는 것도 엄청난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비록 착하다 할지라도 사고 판단이 잘 되지 않는 아이와 같은 인물이 권력을 갖게 될 때, 엄청난 폐해를 낳게 된다는 것을 소설은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 대한민국이 이미 뼈저리게 체험했던 바이기도 하죠. 물론 지금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저 놀라울 뿐이지만 말입니다.

 

평범한 10대 중학생에서 갑자기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 소녀, 좌충우돌 잘 하는 것 같다가도 한계를 드러내며 큰 위기 앞에 놓이게 되는 국가, 그러나 틀어진 것을 바로잡으려는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아니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은, 그리고 한 번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났으면 하는 기대도 품게 되는 묘한 재미가 있는 소설입니다. 아울러 우리에게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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