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머트리 레이코 형사 시리즈 3
혼다 데쓰야 지음, 이로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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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데쓰야의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통해 <레이코 형사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 전개와 범죄행위로 인해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느낌을 갖게 한 작품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스터리 특유의 맛이 있어, 이 둘 사이에서 판단을 보류케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대단히 혐오스러운 범죄 행위의 묘사가 있음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형사 추리소설의 재미 역시 대단하여 그 다음 작품을 찾아 읽게 되었고, 이제 세 번째 작품인 시머트리를 만났다(서평을 쓰는 시점은 5번째 작품까지 읽은 상태다.).

 

이 작품은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작인 스트로베리 나이트소울 케이지와는 달리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소설집이다. 전작들의 끔찍함이 혐오스러워 <레이코 형사 시리즈> 읽기가 꺼려지는 독자들이 있다면 걱정 말고 읽어도 좋을 그런 분위기다.

 

형사는 법을 어기는 자들을 범인으로 상정하고 그들을 추적하여 잡아들이는 자들이다. 그런데, 이번 책 속 사건들은 꼭 그렇지마는 않다. 그래서 더욱 인간미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예를 들면 왕따를 당하던 소녀가 자신을 괴롭히던 자를 실수로 죽이게 된다. 이 사건을 쫓던 레이코 형사와 선배 형사인 코구레, 둘은 사건의 진상에 도달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범인을 잡아들이진 않는다. 어차피 과실치사와 미성년자라는 신분으로 처벌을 받지 않을 테니. 그렇다고 해서 죄를 모른 척하진 않고, 진상을 찾아 추적한다. 또한 사건의 범인 역시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이 사건을 추적하였던 형사의 묘지를 찾음으로 자신이 행한 일을 잊지 않았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내용이 어쩐지 인간미가 넘치지 않은가.

 

이처럼 사건들은 법을 집행하는 것이 우선인지, 아니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우선인지, 둘 사이에서 인간적 기준을 가지고 오락가락하는데, 이런 부분이 레이코 형사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 온다(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반드시 법을 집행하는 것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레이코 형사 시리즈>5번째 책인 감염유희를 먼저 읽었는데, 감염유희의 두 번째 이야기인 연쇄유도의 주인공인 구라타 형사가 이번 책 속 두 번째 이야기인 지나친 정의감에 등장하여 반가웠다. 그러니, 작품의 순서상 이번 책 속 이야기인 지나친 정의감의 확장 내지 연속이 감염유희연쇄유도인 셈이다. 이처럼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속 사건과의 연계를 찾아내는 것 역시 독자 입장에서는 재미난 요소 가운데 하나임에 분명하다.

 

7가지 단편들은 사회적 메시지 역시 담고 있다. 왕따 문제, 원조교제, 약물중독, 업무상 과실치사, 경제구조 속에서의 피해자 등의 사회적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뿐 아니라, 다잉 메시지와 같은 추리적 요소로 접근하기도 하고. 심지어 초능력 까지 등장하기도 하니, 이 책은 혼다 데쓰야가 쓰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접근한 시험 무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신작 가운데 초능력 탐정이 등장하기도 한다(마쓰야마 초능력사 사무소란 책인데, 아직 읽어보진 못했다.). 이 책 속 왼쪽만 보았을 경우가 바로 그 전초전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여섯 번째 이야기인 나쁜 열매역시 다음 작품인 인비저블 레인의 전초전과 같은 느낌이다. 물론 등장인물이 겹치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 속 가해자가 야마토회 킬러라는 점, 그리고 청부살인이란 요소 역시 다음 작품인 인비저블 레인과는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한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연달아 인비저블 레인을 읽었는데, 묘하게 감정의 연장을 언뜻 언뜻 느끼곤 했다.

 

원조교제와 매춘행위에 대해선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약물에 대해선 경계심을 갖고 있는 요상한 가치관을 가진 소녀가 등장하는 오른손으로는 주먹을 날리지 말 것은 읽는 내내 못된 소녀가 앞에 있다면 한 때 때려주고 싶은 충동이 들곤 했는데, 이런 독자의 갈증을 우리 주인공 레이코 형사가 대신 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제목이 오른손으로는 주먹을 날리지 말 것이다. 통상적 가치관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소녀를 향해 주먹을 날려주니까. 물론 얼굴을 직접 치진 않고 소녀 뒤 벽을 치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껏 졸아서 오줌을 지리는 모습에 통쾌한 감정이 들기도 하는데, 우리 주인공 레이코 형사의 매력이 자꾸 늘어만 가는 작품이 이번 작품 시머트리임에 분명하다. 장편과는 다른 단편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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