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살인

끝없는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10월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미스터리는 뭐라 말할까?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사고의 지평을 이어간다고 말할까? 아님, 쓸데없는 상상력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동원하고 있다고 말할까? 그도 아니면 왜 이리 사고의 전개를 끝없이 질질 끌고 있는 걸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도 묘하게도 지겨운 듯싶으면서도 결코 지겹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이 생각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그리고 이 생각은 또 어떤 생각으로 확장되어져 갈까? 이런 궁금증으로 소설을 계속하여 읽게 만든다.

이번 소설 『끝없는 살인』은 한 연쇄살인의 마지막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여성 이치로이 고즈에가 자신이 겪었던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현직 형사, 그리고 연미회라는 미스터리 토론 모임의 멤버들을 초대하여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길 의뢰한다.

이렇게 시작된 사건의 진상을 쫓아가는 상상과 추리의 향연. 범죄심리학자, 다양한 연령층의 미스터리 소설가들, 전직 경찰이자 사림탐정, 현직 형사 등이 함께 모여 벌이는 상상과 추리. 그 끝은 과연 어디일까? 정말 이들은 진실의 자락을 붙잡을 수 있을까?

사건 발생 이후 사라진 용의자는 어디에 있는 걸까? 혹 죽은 걸까? 죽었다면 어떻게 죽은 걸까? 그가 벌였던 무차별 연쇄 살인 피해자들 간의 고리는 무엇이며, 살인의 동기는 무엇일까? 범행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일까? 이런 것들이 이 모임의 토론을 통해 밝혀지긴 할까?

어쩐지 이 소설은 작가의 또 다른 소설인 『맥주 별장의 모험』을 생각나게도 한다. 이 소설 역시 끊임없이 상상이 이어지며 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말이다(솔직히 『맥주 별장의 모험』보다는 이 소설 『끝없는 살인』이 더 재미있다.).

이 미스터리 토론을 통해 드러나는 진상들은 때론 허무맹랑하기도 하고, 때론 날카로운 추리를 엿보게도 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사건의 진상을 명확하게 쫓을 순 없다. 그럼에도 마치 자신의 추리 능력을 뽐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신의 생각을 전개해나가고, 다른 이들의 추리에 여기에 자신의 영감과 상상을 더해 또 다른 추리를 이어나가는 과정이 지루하면서도 재미나다. 지루하면서도 재미나다는 표현이 어패가 있겠지만 아무튼 내 느낌은 그렇다. 지루한 것 같지만, 여전히 그 뒤의 지난한 추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니까. 그러면서도 어째 이리 결말도 없이 계속 헛돌기만 할까 싶어 지루하기도. 그럼에도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결코 재미없지 않다. 오히려 재미나다. 이게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까지 책을 놓지 말자. 마지막 반전이 소설을 덮을 때, 미스터리 소설만이 전해주는 행복을 터트려 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