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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부자 ㅣ 큰 스푼
김해등 지음, 최정인 그림 / 스푼북 / 2019년 11월
평점 :
동화 『나비 부자』는 나비그림의 일인자로 불리는 조선시대 말기 화가 남계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3품에 해당하는 도정 벼슬을 지냈다는 남계우는, 나비를 잘 그려서 ‘남나비’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특히, 여러 종류의 나비들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그림을 그려서 마치 곤충표본을 보는 듯 정확하고 자세하게 표현했다고 합니다.
동화 속 주인공은 바로 그런 ‘남나비’ 남계우의 아들 주원이란 소년입니다. 아빠를 닮아 나비를 사랑하는 아이랍니다. 아빠처럼 나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재능이 있는 아이고요. 그런데, 어느 날 청나라 사람이 찾아와 청나라 재상의 어머니 칠순 잔치에 필요한 나비 병풍을 그려줄 것을 요구합니다.
문제는 단지 나비 병풍을 그리는 것만이 아니랍니다. 이 청인은 자꾸 주원의 아빠를 조롱합니다. 당신네 조선 화공들이 그리는 그림은 결국 중국의 화풍을 그대로 베끼는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나비 그림 역시 조선에 없는 나비를 그대로 그리기까지 한다며 조롱합니다. 만약 그런 남나비조차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면 그림을 사지 않겠노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주원의 아빠에겐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바로 집 정원에 나비만을 위한 온실을 만들어놨고 그곳엔 수많은 나비들이 계절을 잊고 날아다니고 있거든요. 물론, 이 사실은 주원과 아빠, 그 가정만의 비밀이고 말이죠. 그런데 그만 비밀을 청인에게 알리게 되었고, 어느 날 누군가 온실의 문을 열어 나비가 모두 날아 가버린 사건이 벌어지고 맙니다.
이제 아무리 남나비라 할지라도 사실적으로 나비를 그리기 위해선 청나라 화첩을 참고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토록 남나비 집에 찾아온 청인이 조롱하는 그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아 괴로워하는 남나비. 과연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요?
동화는 그림에 대한 열정, 특히 나비 그림에 대한 열정, 그리고 나비를 향한 열정을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이토록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동화를 통해 느끼게 됩니다. 우리 어린이 독자들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하나의 큰 주제는 부자간의 애틋한 사랑입니다. 주원은 아들이 없는 큰 아버지 댁으로 입양되어 가기로 되어 있거든요. 사랑하는 아버지 곁을 떠나고 싶지 않은 아들, 아들을 보내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보내야만 하는 아버지. 그 둘은 마지막으로 함께 나비 그림을 그리게 된답니다. 어쩌면 이 마지막 그림은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는 소망이 그 안에 담겨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비 그림은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는데, 그런 소망을 담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암수 한 쌍의 나비 그림은 남녀화합과 사랑을 담고 있기에 이런 그림 자체가 아이를 소망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가지와 나비 그림을 함께 그리면, 아들을 많이 낳길 소망하는 기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동화는 아버지 곁을 떠나야만 하는 아들과 아버지 간의 애틋한 사랑과 함께 나비 그림 속에 담겨진 당시대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장수, 득남 등)을 엿볼 수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