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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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 교통경찰의 밤을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랬던 책이 새롭게 번역되어 다시 출간되었다. 이번엔 양윤옥 번역가에 의해 번역되었는데, 대원싸아이에서 출간되었다.

 

처음 이 작품집을 만났을 때, 교통사고라는 주제로 이리 촘촘하고 반전 가득한 추리소설이 나올 수도 있구나 하며 감탄했던 기억이다. 이 책을 통해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못지않게 단편소설 역시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했던 작품집 가운데 하나. 새롭게 단장한 책을 반가운 마음에 다시 들어본다.

 

~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다시 읽는 작품이기에 어쩌면 설렁설렁 읽을지도 모르겠다는 노파심이 있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작가의 초기 작품이기에 본격추리소설의 맛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작가의 초기 작풍인 본격추리소설이라고 해서 사회파와 같은 생각할 주제가 없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무엇보다 교통사고의 경우 아주 사소한 원인 제공이 엄청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운전 시 부주의한 전방주시, 무단횡단, 위협운전, 좁은 길에 노상주차, 좌우운전석 문화의 차이 등 어쩌면 누구나 범할 수 있고, 행할 수 있는 일들이 자칫 누군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작가는 경고하고 있다. 아울러 교통법규의 운용에 있어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음을 말하기도 한다.

 

규칙이란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내는 거야.”

근데 그게 너무 불공평해.”

규칙이란 양날의 검이야. 우리를 지켜 줘야 할 규칙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를 공격하기도 해. 그러니까 칼을 쓰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얘기겠지. 무능한 바보라면 그걸 틀에 박힌 형식대로만 휘두르니까.”(93)

 

소설을 읽으며 끓어오르게 했던 건 자신의 잘못을 인정치 않는 자세들이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깨닫지 못하는 자들, 잘못인줄 알아도 무조건 버티고 보는 자들, 오히려 당당하게 상대에게 죄를 전가하려는 파렴치한 자들, 그런데, 그런 그 모습이 그들만의 모습일까? 어쩌면 우리 곁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모습이며, 어쩌면 나 역시 보이는 모습은 아닐지.

 

추리소설답게 반전의 재미가 가득하다. 그 반전이 때론 가슴을 후련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때론 아찔한 감정을 낳게도 한다. 대체로 이 반전은 피해자들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또한 통쾌함이 있는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이 소설집은 우리로 하여금 바른 운전 습관을 갖게 만드는 계몽의 효과 역시 없지 않다. 내가 소설 속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바른 운전습관을 가져야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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