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 죽은 남자 스토리콜렉터 18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작품을 처음 만났던 건, 작가의 시리즈인 <닷쿠 & 다카치 시리즈>를 통해서였다. 그녀가 죽은 밤(서울: 한스미디어, 2013), 맥주별장의 모험(서울: 한스미디어, 2014), 어린 양들의 성야(서울: 한스미디어, 2014)에 이르기까지 이들 책들을 참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다. 그랬던 작가의 작품을 만났다. 금번 신간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신간은 아니고, 2013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작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 가운데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평가하는 일곱 번 죽은 남자란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 히사타로에게는 특별한 능력(?), 아니 본인 스스로 말하길 특별한 체질이 있다. 그 체질은 어느 한 날이 갑자기 반복된다는 것. 물론 모든 날이 반복되는 건 아니다. 아울러 본인 스스로 반복될 날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느 한 날이 무작위로 반복이 되는데, 그렇게 되면, 이 날은 9차례 반복하게 된다. 이걸 주인공은 반복함정이라 부른다. 자신만이 알고 있는 반복함정’. 마지막 9차례의 반복이 결국 최종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설정이 마치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떠올리게 되는데, 실제 작가는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아 반복되는 체질의 한 사내가 접근하는 미스터리를 써나갔다 말한다.

 

이런 요상한 체질을 가진 히사타로의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예기치 않게 반복함정이 시작되고, 원래 오리지널 날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이 두 번째 반복 일정에서 시작된다. 바로 할아버지가 살해당한 것. 가족들만이 모인 신년행사에서 할아버지가 살해됨으로 히사타로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생각하고, 그 다음 반복될 때, 범인을 붙들고 있음으로 할아버지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런데, 역시 살인은 일어난다. 또 다른 누군가가 범인이 되어. 마지막 최종 반복 전까지 살인을 막을 수단을 간구해야만 하는데, 모든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가며 여전히 살인사건은 일어난다. 이렇게 반복함정 속에서 속절없이 할아버지는 죽음을 맞게 되는데. 과연 히사타로는 할아버지의 살인을 막을 수 있을까? 물론 여기에 대한 결과는 소설의 제목에 담겨 있으니 굳이 이를 스포일러라고 말할 필요는 없겠다.

 

이처럼 9차례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게 되는 특별한 체질을 가진 소년이 만들어 가는 추리소설이 일곱 번 죽은 남자.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SF가 아닌 본격 미스터리라고 말하는데, SF적 요소가 가미된 본격 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겠다. 탐정의 역할은 주인공 히사타로가 맡고 말이다.

 

똑같은 일정이 반복된다는 설정이 어쩌면 소설을 따분하게 만들 법도 한데, 전혀 따분하지 않다. 게다가 아무리 엄청난 실패를 경험한들 다시 새롭게 하루가 시작되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도리어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또한 유산상속을 둘러싼 가족 간의 암투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기에 유산상속의 행방에 관심이 쏠릴 것만 같은데, 도리어 그 안에 감춰진 로맨스의 결말이 더욱 궁금한 소설이기도 하다.

 

20년 동안 미스터리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던 작품이라는 일곱 번 죽은 남자, 어쩌면 작가의 말처럼 신선하거나 참신하기보다는 워낙 유명한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먼저 떠올리게 할 소재로 펼쳐지는 미스터리이지만, 전혀 진부하지도, 그렇다고 어떤 기시감에 소설의 몰입을 방해받지도 않는다. 주인공과 맺어지게 될 상대가 누구일지 궁금해 하며, 궁리하며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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