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4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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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신의 누명을 벗게 되고, 소환관 양숭고에서 천재추리소녀황재하의 신분을 되찾게 된 황재하, 그녀는 또다시 장안으로 가게 된다. 위기에 처한 기왕 이서백을 돕기 위해. 그런데, 엄청난 운명의 굴레 아래 한 작은 소녀가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4권에서는 기왕 이서백의 최측근들의 이상한 행동들이 기왕과 황재하를, 그리고 독자를 충격으로 몰아넣는다. 이서백과 가장 친한 형제였던 악왕 이윤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서백을 모함하고, 기왕이야말로 당을 몰락시킬 원흉임을 외치고 투신자살하고 만다. 그런데, 악왕의 시신은 어디에도 없다. 악왕처럼 기왕을 모함하는 몇몇 사건들이 벌어짐으로 기왕은 점점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점점 사방에서 기왕을 향해 옥죄어 오는 커다란 힘의 굴레. 두려워 도망치고만 싶을만한 엄청난 위협 아래 기왕과 황재하는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로만 느껴지는데, 과연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황재하는 기왕 이서백에게로 몰리는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사건 해결을 위해, 자신의 정혼자 왕온의 손을 잡게 되는데. 과연 이대로 황재하는 왕온의 품에 안기고 마는 걸까?

 

이번 편에서는 1권부터 계속되며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들, 그리고 새롭게 4권에서 제시되는 수수께끼들이 황재하의 뛰어난 추리로 인해 풀려나가게 된다. 물론 쉬이 풀리지 않아 독자마저 함께 전전긍긍하게 만들지만 말이다.

 

모든 사건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만 같은 신비의 물고기 아가십열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서백의 운명을 예고하는 것만 같은 신비한 그리고 불길한 부적의 존재,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구궁 자물쇠 상자 안에 있는 부적이 자꾸 글자의 표시가 바뀌는 수수께끼는 정말 신비한 힘에 의한 것인지 아님 어떤 트릭에 의한 것인지. 장항영의 아버지가 선황의 마지막 순간 선황의 정신을 돌아오게 한 대가로 받은 그림(?)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인지. 그리고 새롭게 시작된 수수께끼인 악왕의 돌변한 태도는 무엇 때문인지. 누구보다 신실한 우군이었던 장항영의 돌변한 태도는 또한 무엇 때문인지. 등의 수수께끼들이 황재하에 의해 해결되어진다.

 

4권은 무엇보다 결코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없을 것만 같은 거대한 흐름 앞에 기왕과 황재하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나가게 되는지가 관건이다.

 

전하 곁에서 일어나는 그 모든 이상한 일들을 말입니다. 선황께서 피를 토하시면서 함께 토해내신 자그마한 물고기, 서주 성루에서 발견한 부적, 진 태비마마의 광증과 마마께서 남기신 암시, 그리고 악왕 전하의 기이한 실종과 죽음. 이 모든 일의 진상을 파악한 뒤 알게 되었죠. 제가 마주한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무서운 힘이라는 사실을요. 하오나 전하, 비록 미미한 제 힘으로는 그저 사마귀가 앞발을 들어 수레를 막는 정도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나, 수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할 때, 아주 조금이라도 그 방향을 틀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아주 조금의 어긋남으로도, 미친 듯이 세상 모든 것을 압박하며 굴러오는 수레바퀴가 망가져버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521-2)

 

황재하의 말처럼 작은 사마귀의 앞발로 과연 역사의 수레바퀴를 틀 수 있을까?

 

<잠중록> 마지막까지 재미나다. 한 권 한 권이 두툼한 분량이지만, 바라기는 1권부터 4권까지 한 숨에 읽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몇 달을 기다리다 읽다보니, 앞 내용이 가물가물해지는 단점이 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한 동안 <잠중록>의 잔상에서 벗어나기가 쉽진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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