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수 1 - 전쟁의 서막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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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손에 든 순간 놓을 수 없다. 1권을 펼치기 시작한 것 같은데, 금세 2권의 마지막까지 한숨에 달려가게 된다. 김진명 작가의 살수 1,2가 그렇다. 이 책은 2005년 작품으로 올해(2019) 2판으로 새롭게 선을 보였다.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하고, 괜스레 주먹을 쥐어 보이며 손에 힘을 주기도 한다. 소설은 마치 무협소설을 읽는 것만 같은 호방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전쟁소설이 주는 웅장한 느낌도 갖게 한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고구려인의 혼을 느끼게 해준다.

 

소설은 고구려의 을지문덕의 입장에서만 전개 되지 않는다. 도리어 수나라 양광의 입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양광이 자신의 형인 태자를 몰아내고 결국엔 태자가 되며, 마침내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과정도 흥미진진하게 진행될뿐더러, 이런 양광과 을지문덕의 운명의 결전 역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천년의 금서에서처럼, 이 책 역시(물론 이 책이 먼저 발표된 작품이다.), 시경잠부론이 등장한다. 여기에 나오는 한후(韓候)라는 인물을 통해, 조선(고조선)이 결코 변방이 아닌, 동제(東帝)가 똬리를 틀고 있는 제국임을 이야기한다. 고구려는 동방 군자국의 후예라는 주장. 이런 주장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옳은지, 또는 개연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니 어쩌면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살수는 소설이니까. 소설로 읽고 그런 가운데 가슴이 뜨거워지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닐까?

 

물론, 을지문덕이란 인물이 상당히 신화화되어 묘사되는 감이 없진 않다. 마치 천기를 척척 읽어내는 제2의 제갈공명인양, 묘사되곤 한다. 그럼에도 그런 묘사 역시 내심 반갑기도 하다. 사실 우리에겐 영웅이 필요한 시절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거대한 제국의 간섭이나 겁박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꿈틀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용트림을 하며 그들을 혼내주는 모습, 심지어 통쾌하게 꾸짖기까지 하는 모습은 어쩌면 작가가 오늘 우리들을 향해 꿈꾸기를 바라는 모습이 아닐까? 언제나 우방이라는 이름으로 우릴 제 멋대로 주물럭거리려는 강대국을 향해 우린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동방 군자국의 후예들이 뭘 하고 있느냐고. 살수대첩의 정신, 고구려의 정신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느냐고 말이다.

 

아무튼 두 권으로 구성된 살수, 푹 빠져 재미나게 읽었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 가운데 이런 유의 역사소설은 처음 접하였는데, 여타 작품들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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