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김현희 옮김 / 검은숲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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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야스오란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게 되었습니다.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이란 책인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우치다 야스오란 작가가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한 획을 그은 작가라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작품이 무려 113편이나 된다고 합니다(물론 이 가운데는 단편도 포함이 되겠지만, 아무튼 대단하네요.). 그 가운데 한 작품, 작가의 40번째 작품이 바로 이번에 읽게 된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이라고 합니다.

 

소설 속엔 라고도 불리는 일본 전통 예능 노가쿠가 주요 모티브로 등장합니다. 이 노가쿠에 대해선 솔직히 잘 알지 못합니다. 소설을 읽으며, 아마도 우리의 탈춤과 유사한 예능이겠거니 라며 생각해 보는 정도입니다.

 

소설은 바로 이런 노가쿠의 성지라고도 불릴 수 있는 덴카와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룹니다(살짝 스포일러를 하면, 실제로는 이곳에서는 어떤 살인사건도 벌어지지 않지만 말입니다.). 물론, 덴카와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말고도 소설은 두 개의 사망사건인 도쿄 한 복판에서 벌어진 독살사건, 그리고 의 한 계보를 이루는 가문의 종손의 죽음이 소설의 시작을 알리게 됩니다.

 

오사카로 출장을 갔던 한 성실한 회사원이 오사카가 아닌 도쿄에서 독살당하고 맙니다. 번화가에서 쓰러진 시신 옆엔 이상한 종이 있었는데, 이 종은 과연 어떤 사연을 품고 있는 걸까요? 무엇보다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요? 또한 오사카에 간다던 그가 왜 도쿄에서 살해된 걸까요?

 

또 한 사건은 공연을 하던 중, 가문의 후계자가 죽고 맙니다. 사인은 심근경색이라 발표되었지만, 꺼림직 하네요. 만약 이 사건이 살인 사건이라면, 누가 그를 죽인 걸까요?

 

노가쿠의 유래를 취재하고 잡지에 글을 쓰기 위해 덴카와를 방문한 미남 총각 탐정 아사미 미쓰히코는 이곳에서 우연히 두 사건을 접하게 되고, 그 사건의 중심에 있는 여인이 다름 아닌 자신과 혼사가 오고갔던(?) 여인임을 알고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는 가운데, 아사미 미쓰히코는 한 존경받던 노가쿠 종가에 감춰진 추악한 면들을 발견하기에 이릅니다. 과연 이 가문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걸까요?

 

우치다 야스오란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었는데, 재미나게 읽었답니다. 분량이 적지 않은 두툼한 책이었음에도 언제 읽었는가 싶게 몰입하여 읽었답니다. “탐정 아사미 미쓰히코란 캐릭터를 알게 된 것도 흥미로웠답니다. 일본을 이끌어가는 정치가문의 작은 아들인데, 형은 일본 경찰의 정점에 서 있는 최고 간부랍니다. 형에 비해 사실 아사미 미쓰히코는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이 반 백수처럼 살고 있지만, 그에겐 진실에 접근하는 묘한 능력이 있답니다. 그 능력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게 되죠.

 

여기에 노총각이라 부를 수 있지만, 훈남 캐릭터라는 점도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답니다. 여인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그럼에도 바람둥이는 아닌 오히려 순진남인 주인공. 과연 그가 만들어갈 또 하나의 미스터리인 남녀관계는 어떻게 진행될지도 궁금하네요.

 

이 소설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1988년 작품인데, 책을 읽다보니 소설의 줄거리와는 별개의 내용이지만, 당시 일본 사회에서 꿈틀거리던 모습에 대한 작가의 경각심을 느낄 수 있는 구절이 있어 적어봅니다.

 

예전에 망각이라 함은 깨끗이 잊는 것이다라는 뻔한 문구를 매번 서두에 언급하던 라디오 드라마가 있었다. 오히려 잊는 것을 미덕으로 치부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일본인들은 깨끗하게 물에 흘려보내는넓고 큰 도량이야말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거대한 침략 전쟁을 일으킨 지 반세기도 채 안 지났건만, ‘서양 국가가 일으킨 침략 전쟁보다는 우리가 한 일이 훨씬 나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대신까지 있을 정도니, ...(362)

 

자신들의 침략 전쟁은 미개한 나라들(물론, 여기에는 우리 대한제국도 포함된다)을 근대화시키기 위한 큰 뜻이 있었다는, 그리고 실제 그런 역할을 했다고 뻔뻔하게 주장하는 당시 모습을 꼬집고 있는 작가의 말이 시원하면서도 씁쓸하기도 합니다. 오늘 지금 여기에서의 수많은 자들은 이들 뻔뻔한 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작가의 이런 접근 역시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는 또 다른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번역 출간된 작품이 많진 않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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