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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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는 에도가와 란포와 동시대의 추리소설작가로 쌍벽을 이뤘다는 작가다. 그의 작품 가운데 일본의 국민 탐정이 되는 등장인물이 나오게 되는데, 바로 긴다이치 코스케란다. 이 탐정은 나중에 <소년 탐정 김전일>의 작가가 김전일을 바로 이 긴다이치 코스케의 손자로 설정할 정도로 유명한 탐정이라고 한다.

 

이토록 유명하다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로 접한 작품이 바로 삼수탑이란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55년 작품이다. 그 유명한 탐정이 과연 이 작품 속에서는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 기대하며 소설을 읽는데, 묘한 건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삼수탑에 등장하는 긴다이치 코스케는 마치 조연 중에서도 한참 쳐지는 조연급으로 등장한다. 소설의 진행에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건의 해결에는 한 방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런 탐정의 역할이 일단 묘하게 느껴진다.

 

그럼, 소설은 어떻게 진행될까? 여주인공 미야모토 오토네의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인 미야모토 오토네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백부님 아래 의탁하여 대학에 다니는 평범한 여대생이다. 아니, 모범생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순결하고 고귀한 분위기의 순진무구한 여대생 분위기라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싶다.

 

그런 오토네는 어느 날 놀라운 소식에 직면한다. 먼 친척뻘인 겐조라는 할아버지에게서 백억 엔이라는 유산을 상속받게 된 것. , 조건이 있다. 겐조가 지정한 한 남자(다카토 슌사쿠)와 결혼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렇게 해서 이 남자를 수소문하게 되고, 양부이자 백부의 회갑연 자리에서 바로 그 남자가 살해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아울러 또 다른 두 명의 죽음까지.

 

이제 백억 엔의 엄청난 유산은 도합 8명의 친척들이 나눠 갖게 된다. 그런데, 이미 이 가운데 한 사람은 다카토 슌사쿠가 살해된 회갑연 자리에서 살해되었다. 경쟁자가 사라질수록 1/n의 값은 커지게 되는 구조상 어쩔 수 없이 시작된 피의 유산 상속 작전.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로 남게 될까?

 

모두 하나같이 괴이하고 흉악스러운 면모를 가진 친척들, 무엇보다 괴이하고 퇴패적인 성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친척들, 그녀들에게는 하나같이 범죄의 냄새가 솔솔 나는 남자들이 곁에 있다. 그 가운데서 가련하고 연약한 여인인 오토네는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하지만, ‘인 오토네 역시 혼자는 아니다. 소설은 이미 시작부터 곁엔 악마와 같은 남자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그 남자로 인해 오토네는 순결을 짓밟힌 채, 도리어 남자에게 종속된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 오토네를 얽어맨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소설은 끊임없이 범죄의 강력한 힘을 가진 자들 사이에서 휘둘리고, 몸을 사려야만 하는 한 여인의 연약함을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며 읽게 만든다. 이런 면에서 서스펜스의 요소가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본격 추리소설의 느낌이 없는 건 아니다. 끝까지 거듭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범인은 밝혀지지 않는다. 여전히 범인이 누구일까 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소설을 따라가야 한다. 솔직히 소설은 이 범인이 누구인지에는 일부러 무관심한 듯 보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처럼 밝혀지지 않는 범인, 그 범인을 밝혀내는 탐정의 역할 등은 본격 추리소설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마지막 반전 역시 본격 추리소설로 부족함이 없다.

 

, 시대적 한계를 소설은 제법 많이 품고 있다. 예를 들면 여성에게 있어 처녀성의 상실 사건은 그 남성에게 종속되어 버린다는 느낌이 강하다. 뿐 아니라, 여성을 향한 남성의 폭력 역시 당연시 되고 있다. 물론, 소설 속 여성들의 폭력성 역시 무시할 순 없지만, 전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느낌이다.

 

아울러 퇴폐적인 성문화에 대한 묘사들이 가득하면서도 그 안에서도 여전히 고집되어지는 전통성 성문화의 정서가 밑바닥에 깔려 있어 이런 정서가 사건 진행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어쩌면 이는 당시 일본 사회에서 충돌하는 성에 관한 생각에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만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삼수탑, 기묘한 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유산을 둘러싼 피 튀기는 살육의 현장,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사랑이 돋보이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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