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문의 비극

어느 가문의 비극 ㅣ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5
고사카이 후보쿠 외 지음, 엄인경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6월

일본 추리소설의 역사를 차례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획 시리즈 <일본 추리 소설 시리즈>가 벌써 5권이 나왔다. 1권을 읽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그동안 잠깐 한 눈을 판 사이, 벌써 이렇게 많은 책이 나왔구나 싶다. 중간의 책들을 살펴보지 못했지만, 이번에 출간된 5권을 얼른 들어 본다.

이번 책에 실린 작품들은 모두 전전(戰前) 시대 일본 추리소설의 메카였던 《신청년》이란 잡지를 무대로 활발한 창작활동을 했던 네 명의 추리 작가들의 여섯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쇼와 시대 초기 작품들로 1924년에서 1947년 작품까지 실려 있다.

이들 작품을 읽으며 상당히 묘한 분위기의 작품이라는 생각과 함께 작품들 속에 “광기”가 녹아들어 있단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래서일까? 작품을 모두 읽은 후 책 뒤편에 실린 작품 해설을 읽어보니, 이런 문구가 있다. “정신병리적이고 변태심리적인 측면에 흥미를 집중시킨 나머지 인공적이고 기괴한, 그리고 부자연스러운 세계를 좇고 있다(평론가 히라바야시 하쓰노스케).” 솔직히 부자연스러운 세계를 좇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변태심리적인 등장인물들을 제법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 속에 감춰진 광기에 몸을 떨기도 하고.

작품해설에서 ‘변격파’라고 부르는 고사카이 후보쿠의 두 작품 「연애곡선」과 「투쟁」은 정말 기괴한 느낌과 함께 과학적 접근이 눈에 띈다. 작가의 과학적 지식이 상당하다고 감탄하며 작품을 읽었는데, 알고 보니 작가의 본 직업이 의학박사이자 생리학자, 법의학자였다. 역시!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고가 사부로의 「호박 파이프」와 「꾀꼬리의 탄식」, 그리고 쓰노다 기쿠오의 「어느 가문의 비극」은 본격추리소설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신본격이 아닌 일본 본격추리소설의 밑거름이 되는 작품들, 본격소설의 대표작품들을 살펴본 것 같아 뿌듯한 느낌도 갖게 된다. 이들 작품은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옛 작품이구나 싶지, 그 흥미진진한 진행은 21세기의 독자들에게도 결코 흥미를 잃지 않을 작품들이다. 물론, 「어느 가문의 비극」은 알리바이 트릭 하나를 가지고 상당히 길게 끌고 있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나의 트릭을 가지고 길게 끌고 가는 힘이 느껴지기도 한다(물론, 여기 장치 트릭이 더해지긴 한다.).

개인적으로는 오시타 우다루의 「연」이란 작품이 제일 좋았다. 물론, 다른 작품들 역시 너무나도 좋았지만 말이다.

솔직한 평가로 우리문단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는 일본문단의 추리문학계의 탄탄함이 바로 이런 작품들을 통해서 이루어졌으리란 생각을 하니, 이들 작품을 접한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단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시리즈는 책 뒤에 실린 “작품해설”과 작가의 “연보” 역시 도움이 되기에 꼼꼼하게 살펴보게 된다. 이번 책을 읽고 나니, 이상미디어에서 기획 출간하고 있는 <일본 추리 소설 시리즈>를 모두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된다. 다음 작품을 기대해봄과 함께 미처 읽지 못한 작품들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