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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 ㅣ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강영혜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국내에서 출간된 작품들은 빠짐없이 읽고 있다. 이번엔 작가의 작품 가운데 다소 색다른 작품을 만났다.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줘』란 제목의 단편연작 미스터리 소설이다.
우선, 작가의 작품 가운데 단편연작 소설이 많진 않기에 단편연작 소설이 색다른 반가움을 선사한다. 물론, 작가 작품으로 국내 출간된 작품 가운데에서도 찾아보면 단편연작 소설이 없진 않다. <법의학 교실 시리즈>인 『히포크라테스 선서』, 『히포크라테스 우울』가 연작소설이고, 『작가 형사 부스지마』 역시 연작소설이다. 이러한 연작소설과 이번 작품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줘』의 차이점이라면, 이번 작품은 다소 가볍게 풀어나가는 코지미스터리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전체적 분위기가 다소 가벼울뿐더러, 사건을 풀어나가는 탐정 역할 역시 사건현장을 한 번도 가보지 않고 사건에 대한 설명만을 듣고 해결해내는 일명 ‘안락의자 탐정’이 등장한다. 이렇게 등장하는 ‘안락의자 탐정’ 역할이 바로 시즈카 할머니인데, 시즈카 할머니는 『테미스의 검』에 등장했던 판사다(원죄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판사직에서 물러난 대쪽 같은 여인이다.).
연작소설답게(?) 소설의 짜임새는 동일하다. 사건이 일어나고, 이 사건을 가쓰라기라는 형사가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가쓰라기는 혼자만의 힘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없어,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바로 마도카라는 여대생이 그 대상이다. 가쓰라기는 마도카에게 사건에 대해 들려주고, 마도카는 이 사건에 대한 해결책을 가쓰라기에게 전해주는데, 사실은 마도카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마도카의 할머니인 시즈카 할머니에게 다시 사건의 전말을 설명해주고, 해결 받게 되는 것.
다섯 번의 사건이 모두 이러한 짜임새로 진행된다. 그렇기에 다소 단조롭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는데, 이런 단조로움을 메우고도 남는 건 바로 가쓰라기와 마도카 간에 진행되는 핑크빛 사랑이다. 둘 사이에서 진행되는 사랑 이야기가 묘한 기대감과 함께 소소한 재미를 불어넣어준다.
나카야마 시치리 라고 하면 언뜻 떠오르는 건 사회파 소설가다. 그럼에도 이번 소설은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등장인물, 그리고 사건 역시 밀실살인이 등장하기도 하는 걸 보면, 확실히 이번 소설은 이전의 소설(사실, 이번에 출간된 이 소설은 2012년 작품이기에 작가의 소설 가운데는 상당히 빠른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 있다. 어쩐지 본격추리소설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소설 속 메시지는 역시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의 싹(?)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을 품고 있다. 원죄문제를 말하기도 하고,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차별, 정리해고, 등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다.
나카야마 시치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작품 속에서 만나게 되는 등장인물들이 작가의 다른 작품 속에 교차 등장하는 점이야말로 또 하나의 즐거움을 제공함을 잘 알고 있을 게다. 다른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누가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는 나카야마 시치리 작품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모든 작품이 이처럼 또 다른 작품 속 인물이 등장하게 마련인데, 이번 작품 속에선 우선 주인공 시즈카 할머니가 『테미스의 검』에서 등장했으며, 주인공 가쓰라기의 선배 형사로 언뜻 언뜻 얼굴을 내미는 이누카이 형사 역시 다른 작품에 등장한다. 바로 『살인마 잭의 고백』(서울: 웅진씽크빅, 2014)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형사다(이누카이 형사는 『작가 형사 부스지마』에서도 살짝 살짝 얼굴을 내민다.).
참, 작가의 또 하나의 특징은 대반전인데, 이번 작품 역시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게 뭐지? 싶은 생각이 들, 조금은 허망하고, 괘씸한 반전이 말이다.
작가의 작품치고는 다소 가벼운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단편연작 미스터리 소설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줘』는 시리즈 도서다. 다음 책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역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