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위에 지은 공간, 한국의 서원 -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김희곤 지음 / 미술문화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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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과 향교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여태 잘 몰랐답니다. 그러면서도 여행을 가면, 향교도 가보고, 서원도 찾아보곤 했죠. 그러던 저에게 서원과 향교의 차이를 명확히(?) 알게 해준 책이 있습니다. 바로 정신 위에 지은 공간, 한국의 서원이란 책입니다.

 

사실, 책을 처음 접하며, 왜 책 제목에 정신 위에 지은 공간이란 문구가 들어갈까 싶었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며, 서원이란 공간(특히, 제대로 된 서원의 경우)은 반드시 정신 위에지어질 수밖에 없는 공간임을 알게 됩니다. 그랬기에 서원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하나의 공간이 제향 공간임을 알게 되었고요. 무엇보다 초기 제향자의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어지는 것이야말로 서원을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이 됨도 알게 되었답니다.

 

책은 이처럼, 서원이란 곳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려줍니다. 그 후엔 책이 다루고 있는 아홉 곳의 서원을 하나하나 다룹니다. 여기에 선택된 아홉 군데의 서원은 다름 아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 신청되어 있는 곳들입니다. 그러니, 저자의 기준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선별한 장소들인 셈입니다.

 

이들 아홉 곳의 서원들을 하나하나 살펴볼 때, 아무래도 더욱 관심을 갖고 살펴본 곳은 전남 장성에 있는 필암서원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몇 달 전 장성으로 이사 와서 살고 있거든요. 내가 살고 있는 고장에 있는 서원(아직 전 방문해보진 못했답니다. 지나가며 몇 차례 슬쩍 바라본 게 전부죠.)에 대한 공부이니 더욱 관심을 갖고 읽게 되었답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서원이란 공간에 세워진 건축물들에 대한 의미들을 공부하고 알게 된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서원 가운데 몇몇 곳은 개인적으로 방문한 적이 있고, 또 어느 곳에선 그곳 해설사분의 해설을 열심히 들었던 곳도 있답니다. 하지만, 건물들의 배치가 갖는 의미 등을 책에서만큼 잘 듣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하나하나 배우게 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미 다녀왔던 곳은 기억을 되살리며, 아하~ 이런 의미가 있구나 배우게 되죠. 또 아직 방문하지 못한 서원들에 대해선 책을 통해 배우고 공부하는 가운데, 그곳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고요.

 

물론, 책은 서원에 대한 예찬의 책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서원의 역할만을 찬양하는 게 아니라, 서원의 부작용 역시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더욱 신뢰감을 갖고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서원 곳곳에 대한 사진들도 많이 실려 있어, 서원에 대한 인문학 도서일 뿐 아니라, 답사여행을 돕는 책이기도 합니다. 물론, 한국의 건축이란 측면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 예술 도서라고 할 수도 있고요. 이제 이 책 덕분에 꼭 이 책에 실린 아홉 곳 뿐 아니라, 또 다른 서원들을 방문하게 될 때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그곳을 살펴보고 배우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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