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를 부탁해 바일라 5
한정영 지음 / 서유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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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교 일진인 아인은 어느 날 엄마에 의해 강제로 알바를 하게 된다. 어느 탐정사무소에서 시작된 이상한 알바. 탐정 같지 않은 어리숙한 아저씨는 주로 고양이를 찾아주는 일을 의뢰받는 탐정이다. 그렇다면 고양이 전문 탐정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탐정사무소에서 찾아야 할 고양이는 검은 고양이 엘리자베스다. 다리 한쪽을 저는 고양이, 눈 한 쪽에 큰 상처가 있는 고양이, 엘리자베스를 찾는 일에 점차 아인도 동참하게 된다.

 

과연 고양이 엘리자베스를 찾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궁금한 건 엘리자베스를 찾아 달라 의뢰한 의뢰인은 누구일까? 엘리자베스에겐 어떤 사연이 담겨 있는 걸까?

 

아니, 우리의 주인공 아인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그리고 다시 타로 점을 치는 점쟁이가 된 엄마에겐 어떤 사연이 있을 것이며, 집을 나가버린 아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아인은 아빠를 봤다는 주민들의 제보가 있을 때마다 아빠가 나타났다는 곳으로 가곤 하지만, 아빠를 만나진 못한다. 이상하게도 소설 속 아빠가 나타났다는 곳은 주로 광장이다. 집회가 벌어지기도 하는 광장. 그 이유는 뭘까?

 

아인이 알바를 시작하게 된 탐정사무소의 탐정 주민후 씨는 알고 보니 잃어버린 딸이 있었다. 딸과의 아픈 사연을 간직한 아빠, 그리고 사라진 아빠를 둔 사연을 가진 아인(아인에겐 언니를 잃은 아픔도 있다.). 둘은 어느 날 서로의 아빠, 딸 역할을 하는 역할극을 한다. 함께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함께 타는 건 아니고, 아저씨의 딸 역할을 하며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딸과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아빠의 역할을 한다.), 함께 피자를 먹고, 함께 노래방에 가는. 그런데, 정말 역할극일까? 이 역할극이 갖는 의미는 뭘까?(솔직히 이 부분을 읽으며, 뭐지? 싶었다. 그 뒤에 주민후 씨를 향해 자연스레 아빠라 부르는 아인의 모습에선 더더욱 이건 또 뭐지 싶었고. 왠 뜬금없는 비약? 싶기도 했고. 마지막까지 읽으면 살짝 이해되긴 하지만, 여전히 조금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없진 않다.)

 

소설은 사실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참사 뒤에 남겨진 이들이 감당해야만 했던 아픔의 시간, 통곡의 시간을. 제정신으로는 살 수 없는 남겨진 자들이 겪어야만 할 거짓말 같은 시간들을. 처음엔 곳곳에서 발견되는 세월호의 흔적을 보며, 소설의 흐름과 맞지 않은 억지스러운 느낌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소설 전체가 세월호를 모티브로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지막까지 도달해야 왜 그런 묘사들이 나왔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탐정사무소가 등장하고, 고양이를 찾는 일들이 진행되기에 탐정소설 내지 미스터리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작가만의 또 다른 방식의 소설이다. 아니, 어쩌면 미스터리 소설이라 해야 할까? 엄청난 일이 벌어졌음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미스터리. 함께 아파하고 그 상처의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함에도 여전히 또 다른 소리가 흘러나오며, 심지어 비아냥거리기까지 하는 우리네 삶의 모습이야말로 이해되지 않는 커다란 미스터리일 테니 말이다.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참사였지만, 남은 자들의 몫은 어찌 되었던 극복하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아인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아인의 가족이 뒤틀린 삶을 하나하나 바로잡아갔던 것처럼. 그렇기에 먹먹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희망의 응원을 보내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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