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화이트 - Novel Engine POP
기바야시 신 지음, 엔타 시호 그림, 김봄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소년 탐정 김전일(필명: 아마기 세이마루), 신의 물방울(필명: 아기 타다시)의 작가가 자신의 본명 기바야시 신 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신작 소설 닥터 화이트(2015)를 만났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의료소설인데, 마치 인기리에 방영하는 재미난 의학 드라마를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의 흥미진진한 의료 미스터리 소설이다.

 

기자인 마사키는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아침 운동을 나간 공원에서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알몸에 흰 가운만을 걸친 소녀. 마사키는 소녀가 누군가에게 몹쓸 짓을 당했으리라 여기며, 오랜 친구이자 의사인 마리아에게 연락을 하게 되고, 그 병원에 입원시키게 된다.

 

그런데, 이 소녀는 아무런 폭행도 당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왜 소녀는 그런 괴이한 상태로 공원에 떨어진 걸까? 외계에서 불시착한 외계인일까?(하하, 실제 소설을 읽으며 혹시? 하는 생각을 하긴 했다.)

 

처음엔 말도 하지 않던 소녀는 자신을 뱌큐야라 밝히는데, 소녀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 누구든 만나면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능력이다. 마치 초능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상대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한다. 예를 든다면, 마사키의 숨결에 아주 약하게 담겨 있는 냄새를 통해 마사키의 건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추리해낸다. 그렇다. 뱌큐야의 능력은 초능력이 아닌 의학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근거로 한 추리다. 이런 의미에서도 소설은 추리 미스터리 소설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아울러, 소녀 뱌큐야의 정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소설을 의료 소설만이 아닌, 의료 미스터리 소설로 분류하게 만든다.

 

정확한 직감과 냉철한 추리력을 근거로 한 진단 능력. 이런 능력을 가진 뱌큐야는 마침 몇 차례의 오진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다카모리 종합병원을 살려낼 DCT(진단 협의팀)의 일원이 된다.

 

의사가 아님에도 방대한 의학지식과 정확한 진단 능력을 가진 뱌큐야는 다카모리 종합병원에서 활약을 하게 되는데, 과연 소녀는 어디에서 온 걸까? 누군가 의도적으로 소녀를 마사키 앞에 데려다 놓은 것 같은데, 그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 의도는 무엇일까? 또한 소녀의 활약으로 과연 다카모리 종합병원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거짓말과 같은 능력을 가진 소녀 뱌큐야는 어느 폐쇄적인 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의료병기처럼 느껴진다. 소설 속에 이런 세력이 있음을 이야기하지만, 그 세력이 무엇인지는 끝내 침묵한다. 단지 이 세력으로부터 소녀를 뱌큐야 앞에 데려다 놓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고 있지만 말이다. 이런 침묵이 다소 의아하긴 하다. 어쩌면, 굳이 밝힐 이유가 없어 작가가 침묵하는 걸 수도 있고, 아님, 후속 작품이 계속 이어지기에 여지를 남겨둔 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후속 작품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왜냐하면 마지막 단락이 에필로그로 끝나지 않고, “에필로그=프롤로그란 이름으로 끝을 맺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무튼 소설은 재미나다. 술술 읽힌다. 완전 몰입하게 만든다. 소설을 그대로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아마도 작가는 이런 드라마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싶다. 병원이 위치한 자리, 그 풍경 등이 영상으로 만든다면 제법 좋은 화면이 나올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드라마 영상과 같은 장면들이 만들어지곤 했다.

 

의학 드라마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얌체 의사, 그리고 제 잘난 맛에 사는 의사, 바람둥이 의사 등이 소설 속에도 등장하는데, 이들 제멋대로인 의사들이 팀을 이루어 조금씩 하나 되어 가는 과정은 가슴 속에 뭔가를 꿈틀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이들을 하나 되게 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외부의 적이다. 공통의 적이 생길 때, 하나로 뭉치게 될 테니 말이다. 소설 속에도 이런 외부의 적이 등장한다. 다카모리 종합병원을 꿀꺽 삼키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변화시키려는 자들, 그에 병합한 기존 인물, 이런 그들과 맞서 실력대결을 펼치는 장면 역시 재미나다.

 

의료란 소재와 미스터리란 소재가 만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신나고 재미난 소설이다. 역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만화가의 소설이라 그런지 속도감 있게 빠르게 읽히면서도 엄청 재미나다. 그러면서도 뭔가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솟아오르게 하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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