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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의 유령 ㅣ 에프 그래픽 컬렉션
베라 브로스골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에프(f)의 <그래픽 컬렉션> 시리즈로 또 한 권의 좋은 그래픽노블이 출간되었다. 『아냐의 유령』이란 제목의 그래픽노블인데, 작품과 저자의 이력이 상당하다. ‘아이너스 상’ 수상작, <뉴욕타임스> 추천도서, <혼북> 선정 최고의 그래픽노블이란 타이틀에, 작가는 2017 칼데콧상 수상 작가다.
기대감을 품고 펼쳐든 책장 속에서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러시아 이민자 출신의 고등학생 아냐가 그 주인공이다. 이민자 소녀가 학교에서 어떤 대접을 받을지는 쉽게 상상하게 된다. 그렇기에 아냐는 학교의 주류와 어울리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한다. 먹고 싶은 것도 참고 다이어트를 감행해가며 살을 빼고 더 예뻐져서 소위 학교에서 잘 나가는 녀석들과 친해지고 싶은 아냐. 이민자 소녀이기에 소외된 자리,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무관심의 자리에 서 있는 소녀이기에 더욱 이런 노력은 처절한 몸부림처럼 느껴져 어쩐지 씁쓸하면서도 먹먹하다.
그런 아냐가 드디어 학교에서 주목받는 아이가 되기에 이른다. 바로 ‘유령’의 도움 덕분이다. 어느 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공원의 지름길로 등교하다가 우연히 빠진 우물, 그곳엔 100년 전 우물에 빠져 죽은 백골이 있었고, 그 주인공 소녀의 유령이 아냐를 따라 나서게 되면서 아냐와 유령의 특별한 동거가 시작된다.
유령은 아냐가 시험을 치를 때, 좋은 점수를 받도록 도움을 주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일들에 아냐가 주목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데, 정말 유령은 아냐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일까? 100년 전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유령의 말은 진실일까? 아냐는 도서관에서 오래된 자료를 찾아 나섬으로 감춰진 추악한 진실을 만나게 된다. 그 진실은 무엇일까? 그 진실 앞에 아냐는 어떤 행동을 선택하게 될까?
만화(그래픽노블이란 표현보다는 역시 만화란 표현이 더 정감이 간다.)는 이민자 소녀의 힘겨운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아울러, 평범한 소녀,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소녀들이 자칫 갖기 쉬운 열등감에 대해서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힘겨운 차별의 자리, 열등감의 자리에 서 있던 소녀가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고, 스스로 일어서는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토록 원하던 잘 나가는 아이들과의 교류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진실을 선택하는 아냐의 모습이 멋스럽다. 아울러 잘 나가는 부류에 속하지 않고도 멋진 우정을 나눌 수 있음도 보여준다. 여기에 ‘유령’이란 존재의 도움, 그 추악한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 역시 흥미진진하다.
왜 이 작품을 향해 많은 이들이 격찬을 아끼지 않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