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권일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은 언제나 독특한 유머가 있다. 그래서 유머 미스터리라고 부르나 보다. 본격 추리 소설(신본격이라 말해야 하나?) 작가인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저택섬을 읽게 되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공간은 오카야마 현 요코시마라는 작은 섬에 있는 주몬지 저택이다. 괴짜 건축가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주몬지가 지은 건물로 이곳에서 주몬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였고, 그 사건을 수사했던 형사인 소마 다카유키가 몇 개월 후 다시 그곳 별장으로 향하게 된다. 바로 현 건물주인 고 주몬지의 아내가 초대했기 때문(소마 형사는 주몬지 야스코의 먼 친척이다.). 이렇게 별장에 초대된 사람들은 과거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별장에 있던 인물들과 추가된 몇몇 사람이다. 새롭게 이곳 별장을 찾은 이 가운데는 고바야카와 사키라는 미모의 여탐정이 있다. 역시 야스코 부인의 친척인데, 야스코 부인이 남편 사건을 의뢰하기 위해 초청한 탐정이다.

 

이렇게 휴가를 보내기 위해 별장을 찾은 현직 강력계 형사와 미모의 여탐정, 이들이 방문한 별장에서 또 다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그것도 연쇄살인사건이. 하지만, 범인은 또다시 미궁에 빠지게 되는데, 과연 현직 형사와 여탐정, 이 콤비가 이 사건을 해결해낼 수 있을까? 어째 둘은 음주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여기에 더하여 소마 형사는 여자에 관심이 있고.

 

소설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 클로즈드 서클미스터리 소설이다. 아울러, 독특한 건축가가 지은 건물에서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진다는 측면에서 어쩐지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를 떠올리게 되는데, 작가 역시 소설 속에서 관 시리즈 가운데 첫 번째 책인 십각관의 살인을 언급하며, 이 건물이 관 시리즈에 등장하는 기묘한 건물과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음을 알려준다.

 

복잡하게 얽힌 삼 형제는 가문의 뒤를 잇는 수단이 되는 도시에(현의회 의원)의 딸인 나나에와의 결혼을 두고 경쟁을 벌인다. 그런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인 첫째 아들이 살해당하게 되고, 그 현장에는 다음으로 유력한 후보인 셋째 아들이 있었다. 일종의 밀실 상태로 말이다. 범인은 정말 셋째 아들인 걸까? 아님 셋째 아들의 주장대로 범인은 따로 있는 걸까? 범인이 따로 있다면 과연 어떻게 밀실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던 걸까?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셋째 아들이 감금된 상태에서 다시 벌어진 살인 사건. 그렇다면 셋째 아들은 범인이 아니라는 말인데,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이번 역시 범행이 가능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범행을 저지른 걸까?

 

과연 미궁에 빠진 살인 사건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과연 어떤 식으로 사건은 해결될 것인가? 힌트를 살짝 준다면, 사건의 해결은 건물에 담긴 비밀에 있다. 그렇기에 느낌뿐 아니라 실제 사건의 해결 역시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와 비슷하지만, 그 내용은 사뭇 다르다. 아무튼 건물 트릭이 소설의 백미다.

 

소설은 본격추리소설이다. 사회파처럼 굵직한 메시지는 없다. 그럼에도 나름의 메시지가 없는 건 아니다. 섬이라는 공간, 그곳에 건설되는 다리, 그 다리를 위해 공간을 제공하게 되는 섬, 이런 상황 속에서 질문한다. 과연 다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섬과 섬을 연결하고, 섬과 육지를 연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다리인데, 다리를 위해 섬이 존재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이처럼 본질과 비본질이 서로 자리를 바꿔버린 웃픈 현실에 대한 의문제기에서부터 사건의 출발이 있다. 이러한 질문에 귀를 기울여보게 됨도 색다른 재미다.

 

무엇보다 작가만의 유쾌한 분위기는 여전히 이 작품 속에서도 두드러진다. 특히, 여자에 혹하는 노총각 형사 소마 다카유키의 모습이 소설 속에서 시종일관 미소를 짓게 만든다. 마치 발정난 숫컷의 모습이 다분하면서도 결코 야하지 않은 유쾌한 느낌의 소마 형사의 캐릭터와 미모의 여탐정 고바야카와 사키의 케미가 재미나다. 이 두 콤비가 등장하는 시리즈가 있을 법도 한데, 찾아보니 없는 듯 싶다. 작가의 <이키가와 시 시리즈><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 시리즈처럼 또 하나의 시리즈가 계속된다면 좋겠다. 물론, 작가의 <히라쓰카 여탐정 사건부> 시리즈나 빨리 후속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그전에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이나 찾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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