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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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인 시계관의 살인을 드디어 읽었다. 이제 개인적으로 <관 시리즈>암흑관의 살인(3)과 국내 미출간 작품인 빗쿠리관의 살인, 그리고 아직 작가가 쓰지 않은 미지의 열 번째 작품만이 남았다. 일본어에 무지한 지라 빗쿠리관의 살인은 번역본이 나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고, 암흑관의 살인은 구하기 힘든지라 당분간 <관 시리즈>와는 이별을 해야 할 것 같다.

 

작가 스스로 <관 시리즈> 1기의 종료 작품이라 말하는, 이번 책은 앞의 다른 작품들보다 분량면에 있어 월등히 많다(물론, 7번째 작품인 암흑관의 살인은 더 분량이 많지만 말이다.). 이번엔 시계관이다. 역시 괴이한 건축가인 나카무라 세이지가 설계하고 건축한 건물인 시계관’, 그곳에선 10년 전 연달아 관련된 사람들이 죽었던 사연이 있다. 그래서 유령이 나오는 집이란 소문도 있는 시계관’. 그곳에 또 다시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희담사의 잡지 <카오스>지에서 기획한 프로젝트로 인한 것. 출판사측에선 유령이 나오는 집이라는 소문이 있는 이곳 시계관에서 초능력자로 유명한 여인 고묘지 미코토와 함께 시계관의 유령을 소환하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W 대학 초자연 현상 연구회 회원들을 초대하여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것.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시계관구관에서 며칠간 생활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외부와 단절된 공간 안에서 한 사람씩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 걸까? 무슨 원한이 있기에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살해하는 것일까?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역할은 크게 3사람이다. 한 사람은 구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추리하는 인물로, W 대학 초자연 현상 연구회 회장인 우류 미사오. 그런데, 우류 미사오와 그 친구들 세 명은 10년 전 이곳 시계관에 왔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기억에 왜곡되어 감춰진 뭔가 진실이 감춰진 것 같은데,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프로젝트에 참석한 W 대학 초자연 현상 연구회 회원 가운데 4사람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사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W 대학 부속학교를 다닌 친구사이. 이들은 10년 전 이곳 시계관에 왔던 적이 있는 이들 가운데, 한 사람 후쿠니시 료타만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친척의 장례로 인해 뒤늦게 시계관을 방문하여 구관에 들어가지 못하고, ‘신관에서 시시야 가토미와 함께 사건에 접근하게 된다.)

 

또 한 사람의 탐정 역할은 희담사 편집부 사원인 가와미나미 다카아키다. 가와미나미는 <관 시리즈>를 읽은 독자들에겐 반가운 인물이다. <관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인 십각관의 살인에서 미스터리 동아리 회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십각관에서 살아남은 대학생이다. 이제 3년의 시간이 지나 출판사 편집부 직원이 되었고, 또 다시 사건에 얽히게 된다. 십각관의 살인에서 함께 사건을 추리하였던 시시야 가토미와 함께 말이다. 이번에도 가와미나미는 살아남게 될까?

 

여기 또 한 사람의 반가운(? 사실 모든 <관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인물 시시야 가토미가 등장한다(시시야 가토미는 십각관의 살인수차관의 살인에서는 시마다 기요시로 등장하지만, 추후 추리소설 작가로 등단하면서 필명인 시시야 가토미로 나머지 <관 시리즈>에 모두 등장한다.). 역시 나머지 한 사람의 탐정 역할은 시시야 가토미다. 그는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구관에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이 사건을 잉태하게 되는 10년 전 사건을 추적한다. 그리고 결국엔 모든 사건의 진상규명은 시시야 가토미의 역할이다.

 

이번 사건 속에서 펼쳐지는 연쇄 살인사건 속엔 알리바이 트릭, 가면 트릭 등이 사용된다. 아울러 이번 이야기 역시 외부와는 고립된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사건인 클로즈드 서클미스터리다(<관 시리즈>의 경우, 인형관의 살인흑묘관의 살인을 제외하면 모두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인 클로즈드 서클미스터리다.).

 

책 속에서 작가의 이전 작품들 속 사건인 십각관, 수차관, 미로관 등이 언급되기도 한다. 그러니 이전 작품들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전 작품들을 읽지 않았더라도 작품 내지, 작품 속 사건을 이해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기에 <관 시리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작품을 읽는 데엔 큰 지장은 없을 테지만 말이다.

 

<관 시리즈>에 어느덧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다소 다른 작품들과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가면트릭 역시 작가의 애정 트릭인 것 같고. 나카무라 세이지가 지은 건물이라는 점에서 결국엔 사건의 결정적 트릭이 무엇인지 독자들은 이미 예단할 수 있다는 점도 어쩌면 한계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마지막 알리바이 트릭이 밝혀지는 순간, 작가가 터트리려 감추고 있던 게 바로 이것이었구나 싶어 무릎을 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이런 트릭을 감추려 한편으로 애쓰고, 또 한편으로는 눈치 빠른 독자들이 알아주길 바라며 시시로 살짝 살짝 단서를 흘려놓느라 참 애썼구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번 작품 역시 재미나게 읽었다. 이제 암흑관의 살인을 구할 때까진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와는 잠시 이별이다. 설렘을 남긴 이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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