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 블랙 로맨스 클럽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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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익 작가의 작품은 장편소설 종료되었습니다와 몇몇 단편을 읽었던 게 다였다. 많은 독자들에게 작가를 알린 작품 선암여고 탐정단을 보고 싶던 차에 구했던 선암여고 탐정단: 방과 후의 미스터리였지만, 책장에 꽂힌 채 잊혀져가야만 했다. 그러던 차 드디어 보고 싶던 선암여고 탐정단: 방과 후의 미스터리를 읽었다. 책을 덮으며, 역시 많은 독자들이 사랑한 작품은 뭔가가 있구나 싶다.

 

도합 다섯 편의 연작소설이 실려 있는 책은 채율이 신종 변태 무는 남자에게 팔을 물리며 시작된다. 채율의 인생은 천재 쌍둥이 오빠를 둔 죄(?)로 시달릴 수밖에 없다. 엄마의 관심은 오로지 오빠에게만 쏠려 있고, 이 천재 오빠를 따르려니 채율의 인생은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이다. 채율 역시 보통학생들에게는 천재란 소리를 듣기에 충분하지만, 채율은 집에선 외고에 떨어지고 일반여고에 갈 수밖에 없는 불쌍한, 아니 천덕꾸러기에 불과하다. 아무튼 이렇게 선암여고에 들어간 채율.

 

이곳은 채율의 계획대로라면(사실, 채율의 계획이 아닌 엄마의 계획이지만 말이다.), 잠시 머물다 외국으로 유학 갈 생각으로 들어간 경유지에 불과하다. 그곳에서 채율 눈에 2류 학생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만 하는 채율(물론, 그들과는 기름과 물처럼 괴리되어 있지만 말이다.).

 

채율은 어느 날 신종 변태 무는 남자에게 팔을 물리는 희생자가 되고 만다. 사실, 여기에서 그치면 좋았으련만, 채율에겐 지독한 악연의 끈이 이 사건으로 인해 연결되고 만다. 바로 괴짜들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선암여고 미스터리 탐정단아이들과 말이다. 졸지에 탐정단의 고문으로 추대된 채율은 아이들과 함께 무는 남자를 뒤쫓기에 이른다. 결국 채율은 무는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 진짜 범인은 따로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의 진짜 범죄는 변태적 행위가 아니었다. 변태적 행위는 도리어 엄청난 죄악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된 경고행위였던 것. 이 변태적 사건 뒤에 도사린 진짜 범죄는 바로 불법 고액 과외와 시험문제 유출 사건이다.

 

이렇게 선암여고 미스터리 탐정단아이들은 여러 사건을 뒤쫓게 된다. 여고 주변을 맴도는 신종 변태 검거, 불법 과외 및 시험문제 유출 사건, 청소년 임신과 낙태 문제, 왕따 사건, 심지어는 총기사건과 몇 년 전 학교에서 일어났던 연쇄 자살 사건까지. 미스터리 탐정단 아이들은 이런 사건들에 부딪치며 점차 그럴 듯한 탐정단으로 성장하게 된다. 여기에 학교에서 겉돌기만 하던 채율은 엄마에 의해 자신의 모든 것이 결정되어지고 수동적으로 따르는 인생에서 자신의 삶을 자발적으로 결정하고 헤쳐 나가는 아이로, 그리고 점차 탐정단의 어엿한 한 대원으로 자리 잡게 되는 그런 성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천재소년이자 벌써 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오빠와 탐정단 대장 미도와의 웃픈 사랑이야기, 그리고 채율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사랑까지. 이런 여고생들의 신나는 사랑 이야기(아무래도 이 사랑 이야기들은 신난다. 아니 재미나고 유쾌하다고 해야 할까? 물론, 조금은 아프기도 하지만 말이다.)가 미스터리 소설에 또 하나의 멋진 색깔을 입혀 준다.

 

무엇보다 탐정단 소녀들의 유쾌한 수사들이 재미날뿐더러, 이들의 수사가 날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게 되는 것 역시 재미나다. 게다가 각 사건을 통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고발하고 있음도 좋다. 무겁고 딱딱하기만 한 사회파 미스터리가 아닌, 때론 유쾌하고, 때론 아찔하기도 하지만,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소설을 통해, 사회의 단면을 고발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회 고발적 요소는 책을 사회파 미스터리에 올려놓기에 충분하다.

 

다섯 편의 연작단편들을 읽어가는 동안 어느새 선암여고 탐정단이 되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들이 펼쳐나갈 후속 이야기, 선암여고 탐정단: 탐정은 연애 금지역시 빨리 찾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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