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국내 독자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요즘 들어 부쩍 더 많은 독자들이 히가시노 게이고에 열광하는 느낌이다(물론, 이 느낌은 전혀 객관적 통계에 근거하지 않은 순전히 개인적 느낌일 뿐이다.).

 

본격추리소설에서 시작하여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여기에 감동 미스터리까지. , 연애소설과 동화 역시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작가에 대해선 유독 다작작가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곤 한다. 이 타이틀은 그만큼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 시각으로 본 다작작가란 의미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마치 찍어내듯 작품을 내놓는다는 그래서 작품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다소 폄하하려는 의도가 담겨진 다작작가란 표현일 수도 있다.

 

어쩌면 후자의 접근은 작가에 대한 시기심(? 굳이 독자가 시기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시기심이란 상대를 가리지 않는 법이니 독자가 작가를 시기할 이유가 없진 않으리라.)에서 출발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 괜한 어깃장인 셈이다. 여기에 또 다른 각도에서 한 몫 한 것은 그 전에 발표되었던 작품들이 한꺼번에 번역 출간되는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미 출간된 작품들이 개정판이라는 옷을 입고 새롭게 출간될 때, 상당수의 독자들은 신간 서적의 출간으로 받아들이며, ‘이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작품을 수없이 찍어내는 거지?’ 생각하게 되는 게다.

 

어떠하든 간에 난 작가의 책들이 많아 더 좋다. 재미나게 읽을 책이 많다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니까. 게다가 작가의 작품들은 이 책, 완전 엉망이야.’라고 말 할 그런 책들은 없었던 기억이다. 나처럼 작가의 작품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책이 출간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이란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은 작가의 에세이집으로 대부분 2002-2004년 지츠교노니혼샤의 <월간 제이노블>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았다고 한다. 2004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책으로 금번 소미미디어에서 번역 출간되어 반가운 마음이다.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은 작가가 40대의 나이로 스노보드에 도전을 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들, 스노보드의 매력에 듬뿍 빠져 신나는 수련(또는 놀이)을 하며 스노보더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편안하고 유쾌한 음성으로 들려주고 있다. 뭔가 깊은 사색을 하게 하는 에세이나, 감동이 있는 에세이를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책을 들은 것을 실망할 수도 있겠다. 또한 작가의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소설, 그 이미지 그대로 책을 펼쳐든 독자 역시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그래서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엿보고 싶은 욕망이 이는 독자들이라면, 이 역시 하나의 즐거운 책읽기 시간이 될 것이다. 팬심으로 작가를 바라보고 작가의 일상의 한 단면을 훔쳐보는 야릇한 즐거움이 있을 테니 말이다. 책 속엔 3편의 단편 역시 실려 있다. 작가의 기존 단편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뭔가 다른 느낌의 단편이긴 하다. 때론 에세이의 연장 같기도 하고. 그럼에도 이 역시 즐거울 수 있는 건 책 속에 담겨진 글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모두 작가의 <설산 시리즈>를 잉태하게 된 못자리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설산 시리즈> 가운데 질풍론도를 제외한 백은의 잭, 눈보라 체이스, 연애의 행방을 읽었는데, 이들 책 속의 여러 장면이나 분위기, 그리고 접근이나 생각들이 바로 이 책의 글들을 쓰던 시간을 기초로 해서 만들어졌음을 알게 되는 것 역시 이 책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그러니, 딱히 스노보드를 즐기지 않는 독자라 할지라도 작가의 <설산 시리즈>를 재미나게 읽은 독자들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소설과는 또 다른 행복한 느낌을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아울러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의 배경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더욱 묘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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