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변호사 고진 시리즈 5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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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기 작가의 책을 처음으로 읽었다. 모 서점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일 년 동안 매달 신간 서적 3권씩을 받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받았던 책 가운데 한 권이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였다. 재미난 추리소설이기에 읽으려 펼쳤다가 정해진 시간 안에 읽어야만 하는 밀려 있던 책들로 인해 다시 책꽂이에 꽂혀버린 책. 그리곤 2년여의 시간이 지나 이제야 읽게 되었다. 그리곤 알게 되었다. 왜 도진기 작가의 책에 많은 독자들이 끌리는지를 말이다.

 

이 책은 <변호사 고진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이다. 고로 앞의 작품들을 읽은 후에 읽는다면 더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 자체를 읽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그럼에도 앞의 내용들이 몇 번 살짝 언급되고 있기에 이왕이면 이전 작품들에 대한 선지식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설은 한 여인이 고진 변호사를 찾아와 살인을 청부하며 시작된다. 자신의 남편을 죽여 달라는 청부. 물론, 고진은 거절하며 보내게 되는데. 이 여인의 재판을 고진 변호사가 맡게 된다. 바로 남편을 죽인 혐의로 구속된 사건을. 이렇게 소설은 시작된다.

 

소설은 과거로 훌쩍 돌아가, 여인이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대생, 남성들의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한 매력이 넘치는 여인, 그 여인을 따라다니는 4명의 복학생이 있다. 그리곤 여섯(여기에 여인의 여동생 역시 대학생이 되어 함께 다니기에 6명이 된다.)은 언제나 함께 다니며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다 한 남학생이 여인에게 청혼을 하게 되고, 이에 나머지 세 사람 역시 뒤질세라 청혼을 한다. 네 사람의 청혼을 한날한시에 받게 된 여인은 조금은 장난스레 달리기로 결정하게 하고, 운동장 20바퀴를 도는 내기를 한다. 그리고 승자와 결혼하게 된 여인.

 

소설을 읽으며, 과연 남편은 누구일지가 궁금했다. 작가가 일부러 감추니 말이다. 물론, 이는 잠시 후 밝혀지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제 최근의 부부는 블라디보스토크로 넘어가 살게 되는데, 그곳에서 남편이 살해당한다. 유력한 용의자들(남편의 옛 친구들, 그리고 여인의 여동생)이 사건 즈음에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았지만, 그들 모두에겐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다. 이렇게 여인은 남편의 살해용의자로 체포되어지고, 고진 변호사는 그 사건의 변호를 맞게 된다.

 

과연 여인은 정말 범인일까? 만약 범인이라면 동기는 무엇일까? 반대로 만약 범인이 아니라면 진범은 누구이며, 그의 동기는 또 무엇일까?

 

소설은 범정소설이다. 그러면서 또한 알리바이 트릭이 사용되어지기에 본격소설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다. 가정폭력이라는 끔찍한 이슈에 대해 고발하고 과연 악마가 누구인지를 묻는.

 

소설을 읽으며, 진정한 악마에 의해 수십 년의 세월 죽음을 맞봐야만 했던 여인이 실제로 남편을 죽였다 하더라도 그것을 과연 단순한 복수로 해야 할까, 아니면 자신이 살기 위한 정당방위로 봐야만 할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통곡의 세월 괴롭힘을 당한 정황을 오히려 살인의 동기로 보고, 그렇기에 유죄판결을 구형하는 검찰의 모습이 과연 정의구현을 위한 조직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물론, 검찰의 역할이란 유죄를 구형하는 것임에도 말이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로 인해 유죄, 무죄를 획책하는 것이라면, 이런 조직이나 사람이 과연 정의구현과 가까이 있는 것인지. 그저, 변호사라는 자리, 검찰이라는 자리에서만 판단하는 것이라면 이미 그 제도는 정의와는 거리가 먼 제도, 그저 자기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유지되는 시스템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이미 소설 제목에서 상당한 분량의 스포일러가 있었다.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란 제목에. 그렇다. 이 소설 속 법정에서 다뤄지는 사건의 진정한 악마는 피해자다. 아니 그 피해자가 모든 사건의 가해자다. 이미 죽어 법정에 설 수 없는 진정한 악마가 말이다.

 

소설을 읽은 후 <변호사 고진 시리즈> 전작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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