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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이번엔 ‘미로관’이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세 번째 책은 『미로관의 살인』이다. 기인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가 설계한 기이한 건물들, 이번엔 미로관이다. 책 속에 미로관의 도면이 나오는데(물론, ‘관 시리즈’의 모든 책은 이 도면이 나온다.), 도면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정말 이런 건물 하나 있어도 좋겠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괜히 집안에서 길 잃어버리고 울려고.^^
이번 『미로관의 살인』은 ‘작품 속에 작품’이 들어 있는 ‘액자 구조’의 형태를 띠고 있다. 시마다 앞으로 책 한 권이 도착한다. <미로관의 살인>이란 제목의 책. 저자는 시시야 가도미다. 시시야 가도미가 ‘관 시리즈’에서 드디어 등장한다. 과연 시시야 가도미는 누구일지.
이렇게 작품 속의 작품인 <미로관의 살인>이 시작된다. 표지부터 책 본문, 그리고 마지막 서지까지. 구색을 다 갖추고 있는 ‘책 속의 책’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렇게 시마다에게 전달된 <미로관의 살인>은 이제는 절필한 한 노년의 작가(요즘으로 생각하면 노년도 아니다. 환갑 기념 파티를 하니 말이다. 요새에 환갑은 새로운 청춘의 시작이니 말이다.)가 자신의 환갑을 기념하여 추리 작가 네 사람, 평론가, 편집자(부부동반), 그리고 추리소설 마니아인 시마다 기시요를 초청한다.
그런데, 4월 1일 만우절에 모인 환갑 기념 파티, 그 자리에서 손님들을 경악케 한 소식을 듣는다. 초대한 주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만우절에 들려온 거짓말 같은 소식, 게다가 자살한 노 작가는 자신의 유산 가운데 절반을 걸고, 자신의 제자 격인 네 사람의 작가들이 ‘미로관’에서 단편소설을 써 그곳에 있는 또 다른 손님, 평론가, 편집자, 그리고 소설 마니아, 이렇게 세 사람의 심사로 우승자를 뽑게 한다는 것. 단, 등장인물은 현 미로관에 있는 인물들로, 피해자는 작가 본인으로 한 작품을 써야 한다. 과연 이들은 주어진 시간 안에 작품을 완성 시킬 수 있을까?
미로관에서 머무는 첫 날 밤,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네 사람의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 된 것. 게다가 그 모습은 작가 본인이 적어놓은 작품의 내용과 일치하는 상황. 과연 누가 범인인 걸까? 무엇을 노리고?
솔직히, 처음 대목부터 범인으로 의심스러운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작품 속 작품’인 <미로관의 살인>에서의 그 범인은 예상대로였다(물론, 범인에 대해 스포일러를 하진 않겠다.). 그런데, 아뿔싸! 작가가 호언장담 하듯, 진범은 따로 있었다. 작심하고 독자들을 속인 작가에게 한 방 맞았다. 본격추리소설은 소설 속에서 범인이 밝혀지기 전, 범인을 나름 추리하고 맞추는 재미도 있지만, 이처럼 의외의 범인이 밝혀지고, 찬찬히 생각해보면, 범인에 대한 나름의 힌트들이 감춰져 있었음을 발견하는 재미는 더 쏠쏠하다.
여기에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의 재미는 시시야 가도미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역시 여기에도 트릭이 감춰져 있다. 독자를 속이기 위한 트릭이 말이다. 당연히 시시야 가도미가 누구일 것이라 처음 외피부터 추측했었는데, 정작 마지막 외피에서의 돌아가는 품새에 멘붕.^^ 머릿속에 누구일 것이라 예상했던 인물이 시시야를 만나 식사를 하는 장면에선 순간 멘붕이... 그러다, 아하~ 하게 만든다. 역시 작가가 작심하고 속이면 속을 수밖에. 이렇게 속는 재미가 있다.
이 작품, 『미로관의 살인』이 출간된 것이 1988년이니, 벌써 30년 전의 작품이다. 게다가 요즘은 사회파 미스터리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본격미스터리 작품이다. 하지만, 결코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물론, 당시에는 최첨단 기기여서 작품 속에 등장한 플로피 디스켓의 경우 이제는 사라져버렸다는 시대적 간극을 느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오히려 당시대를 떠올려보게 하는 즐거움도 있는 대목이다. 아무튼 본격미스터리 소설은 여전히 재미나다.
작가의 작품을 네 권 째 읽었는데, 이번엔 또 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얼른 관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인 『인형관의 살인』을 펼쳐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