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도둑

나이 도둑 ㅣ 환상책방 10
정해왕 지음, 파이 그림 / 해와나무 / 2018년 10월

열세 살 소녀 강은실은 잠시 공원에서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 보니, 뭔가가 이상합니다. 경찰들이 할머니를 부르며 깨우고 있는데, 벤치에는 은실이 말고는 없거든요. 그런데, 왜 할머니라고 부르는 걸까요? 아무래도 이상해서 스마트폰으로 확인해보니, 자신의 얼굴이 사라지고 웬 할머니가 있네요. 완전 할머니로 변해버린 모습이라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은실은 갑자기 나이를 잔뜩 먹어 할머니가 되어 버렸습니다. 정신은 그대로인데, 몸은 완전 늙어버렸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내리기도 힘겨워진 다리, 자꾸 찔끔거리는 소변, 째지고 갈라진 목소리라니. 게다가 자신이 그렇게 싫어하던 할머니의 쾌쾌한 냄새가 자신에게서 납니다.

갑자기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집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방황하던 은실은 결국 집으로 들어가는데. 은실의 모습에 엄마와 할머니는 난리가 나고 맙니다. 왜 그렇지 않겠어요? 딸은 온데간데없고 연락도 되지 않더니, 갑자기 웬 할머니가 딸의 옷을 빼앗아 입고, 딸의 가방을 메고 집에 찾아왔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자신이 은실이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는 심히 의심스러운 할머니에게 엄마와 할머니는 난리를 피웁니다. 그러다 결국 눈앞에 있는 폭삭 늙은 할머니가 자신의 딸, 손녀임을 알게 되는데...

과연 은실은 자신의 나이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과연 자신의 나이를 훔쳐간 도둑은 누구일까요?

정해왕 작가의 동화 『나이 도둑』은 재미난 판타지 동화입니다. 아니 이색적인 판타지라고 해야 할까요? 나이를 훔쳐가는 도둑이 있습니다. 이 도둑은 누군가에게서 나이를 훔쳐가 그 나이만큼 자신이 젊어지게 되지만, 나이를 도둑맞은 상대는 순식간에 나이를 먹어 결국 죽게 됩니다. 이런 나이 도둑에게 나이를 도둑맞은 한 소녀의 황당무계한 ‘노인체험’이 동화 속에서 펼쳐집니다. 이러한 황당무계함이 이색적인 재미를 느끼게 하는 동화입니다.

동화는 재미날뿐더러 유익함도 있습니다. 은실은 평소 할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의 손에서 몇 년을 살았지만, 할머니에게서 나는 냄새도 싫고, 무엇보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할망구가 몰고 온 불행 탓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이 할망구가 되자, 할머니의 행동과 모습이 하나하나 이해됩니다. 나이를 먹고, 늙음이 얼마나 고달픈 건지, 노쇠한 육신으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은실은 의도치 않은 ‘노인체험’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결국 할머니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고 사랑을 회복하게 되죠.

이처럼 어린이 독자들로 하여금 노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는 점이 동화가 갖고 있는 큰 유익 가운데 하나입니다. 누구나 언젠가 노인이 됩니다. 하지만, 마치 나와는 상관없는 딴 세상의 일로 생각하곤 하죠. 그래서일까요? 동화처럼 ‘나이 도둑’을 통해 노인이 되어 직접 겪어봄으로 이해하게 된다는 것, 어쩐지 매력적으로 생각됩니다. 정말 ‘나이 도둑’이 있어, 1일 2일쯤 ‘노인체험’을 해본다면 어떨까요? 물론, 영원히는 말고 잠깐의 체험으로 말입니다.